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해 대검찰청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검찰의 반대에도 법무부는 직제 개편안을 이달 중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뒤 통과하는 대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 기획조정부는 13일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은 상당 부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무부 검찰과에 보냈다. 대검은 의견서를 통해 “일선 지방·고등검찰청과 대검찰청의 직위를 없애는 중대한 사안을 사전에 논의하지 않고 진행한데다가 짧은 기간에 의견을 내라는 건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의견서에서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에 일선의 수사 여건 등 현재 상황이 반영돼있지 않다”는 일선 지방·고등검찰청 간부들 의견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의 차장검사급 직제 4자리를 없애는 내용이 담긴 개편안을 11일 대검에 전달하면서 “14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었다. 전국 검찰청의 수사를 지휘하고, 검찰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대검 직제를 갑자기 바꾸면서 회신 시간을 단 사흘 밖에 주지 않은 것이다.
대검과 일선 검찰청의 반대에도 법무부는 이달 18일이나 25일 열릴 국무회의에 검찰 직제개편을 위한 법령 개정안을 그대로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직제를 개편하려면 대통령령인 ‘검사정원법 시행령’과 ‘검찰청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고쳐야 한다. 그러려면 법무부가 국무회의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개정안 내용을 먼저 국민에게 40일 동안 알려야 한다. 긴급하게 법을 바꾸거나 입법 내용이 국민의 권리 의무와 관련이 없을 때, 단순히 법령 표현만 바꾸는 경우만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검찰 직제개편을 할 때는 입법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무부는 검찰 직제개편을 통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수사정보 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부 과학수사기획관 등 4개 자리를 없애려 하고 있다. 법무부는 또 수사 도중 발생한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대검 인권부의 인권감독과를 감찰부 산하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대검 인권부와 감찰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했던 검사들이 참고인들에게 거짓증언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나누어 조사하고 있다. 직제가 개편되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 사안을 사실상 전담하게 된다. 한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한 판사 출신이다.
직제 개편을 둘러싼 일선 검사들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김태훈 검찰과장이 13일 “검찰 구성원에게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우석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14일 “법무부의 의견 조회는 ‘의견조회’가 아니라 ‘통과의례’로 ‘의견청취 거절’로 느껴진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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