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 생겼는데 브리핑 할때냐”…환경장관, 구례 주민들 거센 항의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6일 21시 00분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오전 구례5일장 시장을 방문한 가운데 성난 상인들이 조 장관이 앉아있던 책상과 의자를 발로 차고 있다.(독자제공) 2020.8.16/뉴스1 © News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오전 구례5일장 시장을 방문한 가운데 성난 상인들이 조 장관이 앉아있던 책상과 의자를 발로 차고 있다.(독자제공) 2020.8.16/뉴스1 © News1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박재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섬진강 범람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을 찾았다가 성난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16일 전남 구례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구례 5일시장 상가연합회 사무실에서 조 장관, 박 사장 등 정부 관계자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피해 상인과 주민들의 간담회를 가졌다. 구례 5일시장은 집중호우로 구례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곳 중 한 곳이다. 현재 상가연합회 사무실은 피해복구상황실로 쓰이고 있다.

조 장관은 구례군 관계자의 피해 상황 브리핑을 들은 후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후 자리에 앉아 피해 상인과 주민들의 입장을 들으려고 했다. 간담회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흘렀을 때 주민 2,3명이 거칠게 문을 열고 간담회 장소로 들어왔다. 이들 피해 주민 2,3명은 “섬진강 범람은 100% 인재다. 다 죽게 생겼다. 차분하게 브리핑이나 할 때이냐”며 항의했다.

이들이 조 장관에게 항의하려 다가서자 일부 참석자가 제지했다. 제지 과정에서 조 장관이 앉았던 책상과 의자가 넘어졌다. 일부 주민은 항의를 하면서 책상을 발로 차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조 장관을 향해 “이번 섬진강 피해 참사는 책임이 수자원공사, 환경부 등 정부에 있다”며 따져 물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조 장관은 약 20분 동안 피해 주민 대표들의 입장을 들었다.

조 장관은 간담회 끝 무렵에 섬진강 범람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인환 전 전남도의회 의장은 “조 장관과 박 사장이 관련 조사 기구를 설치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간담회가 조 장관의 말에 진정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수해 현장인 구례 서시1교를 들른 후 구례상하수도사업소, 전북도청 등을 방문해 수해피해 상황 등을 청취했다.

구례=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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