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마주친 연인과 시비가 붙어 화가 난다는 이유로 남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여성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대연)는 19일 살인·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53)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월 26일 오전 1시 46분경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서 길을 걷던 연인과 시비가 붙었다. 이에 화가 난 A 씨는 남성 B 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여성 C 씨는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일면식 없던 피해자에게 시비를 걸었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무작위 살인이다.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이라는 행위는 사람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범죄다.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유족들도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A 씨와 A 씨 측 변호인은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러 감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 씨는 당시 B 씨 등이 자신이 칼을 들어 왔음에도 바로 도망하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조사 당시 칼로 찌르는 장면이 명확하게 촬영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칼 각도나 넘어진 자세 등을 거론하며 고의로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직접 변론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 사정이 보인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범행을 기억하며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이 사건 이외에도 22회에 걸쳐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으며, 범행 당시도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B 씨와 결혼을 약속한 특수상해 피해자 C 씨가 상해 피해로 수술을 받고도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후유증이 남아 있고 B 씨의 가족들도 이 사건 충격으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A 씨는 범행 의도를 부인하고 피해자를 탓하면서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A 씨는 선고를 앞뒀음에도 “사설 변호인을 선임할 테니 선고를 미루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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