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이 교회 부흥회에 참석한 교인과 방문자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이 교회 코로나19 첫 확진자인 A 씨도 함께 있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전광훈 목사(64)가 설교자로 나선 ‘2020 성령 대폭발 콘퍼런스’가 열렸다. 정부가 교회 방역수칙 의무화 조치를 해제한 지 3일 만이다.
하지만 당시 부흥회에 참석한 전 목사와 교인들은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2~3시간짜리 영상에는 전 목사가 부흥회가 열린 3일 내내 2~3시간 동안 교인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하면서 마스크를 단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교인들도 옆 사람과의 거리를 최소 1m 떨어져 앉아야 하지만 10~20cm 간격만을 유지한 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스크를 아예 착용하지 않거나 턱에 걸친 상태로 입을 크게 벌여 노래하는 교인의 모습도 보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교회 핵심 방역수칙’에는 목사 등 책임자와 종사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설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교인은 비말감염을 막기 위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말하는 것도 가급적 피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관리도 허술했다. 수천 명이 모인 종교 행사였지만 서울시는 아예 현장 점검을 나가지 않았다. 성북구청 직원 2명이 28일 하루만 현장에 간 게 전부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만 교회가 7000개나 있어 자치구 중심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며 “당시는 정부 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시절이라 나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전에도 서울시 방역 명령을 따르지 않아 김염병예방법 위반 험의로 고발된 적이 있다. 또 교인 상당수가 전 목사가 주도하는 외부 집회에도 자주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외부 감염 전파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최초 확진자 A 씨가 이 부흥회에 참석한 것이 알려지면서 중대본은 부흥회가 열린 기간을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이 기간 교회를 방문한 명단을 요구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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