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코로나로 출근 못해 소득 급감
판매대행 기관도 판매처 등록 거부… 생활고 장애인들에게 도움 못줘
18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의 한 공장에서 직원 6명이 복사용지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종이 재단과 포장 작업을 반복하던 이들은 폭염 탓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직원은 “원래 36명이 일하는데 30명이 출근을 안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곳은 사회복지법인 반석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동행과 나눔’의 작업장으로 2011년 11월 문을 열었다. 발달·지체·지적 장애 등을 가진 30명이 일한다. 복사용지 판매가 주 소득원인데 일감이 점점 줄어 최근엔 소독·청소 용역을 시작했다. 급여는 최저임금 정도지만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겐 소중한 일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애인들은 3월부터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박현웅 원장은 “비록 적은 물량이지만 주문받은 것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남은 일감마저 끊길까 봐 장애가 없는 직원들만 일하는 상황”이라며 “생활고가 걱정돼 일하지 않는 장애인들에게도 매달 기존 임금의 약 70%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은 별도의 정부 지원 없이 자체 수익으로 운영하는 구조여서 사실 더 버티기 힘들다는 게 박 원장의 하소연이다.
집에 머무는 장애인들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모 씨(26·지적장애2급)는 “어려운 사정 탓에 부모님 모두 새벽에 일하러 가 항상 혼자 밥을 먹으며 자랐다. 일을 구하고 제일 좋았던 게 점심을 함께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이다.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같은 질환을 앓는 김모 씨(28)는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어 정말 괴로웠다. 할머니와 둘만 살아 어른이 되면 꼭 직업을 구하고 싶었기 때문에 내겐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했다.
‘동행과 나눔’을 힘들게 하는 건 코로나19만이 아니다. 박 원장은 “장애인 생산품 판매를 대행해주는 곳에서 수년째 판매처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지목한 곳은 부산진구에 위치한 ‘부산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이다. 보건복지부 위탁 운영 기관으로 장애인 생산품의 유통, 홍보, 판로 개척 등을 맡고 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기에 관할 구청에서 운영 사항을 감사할 권한이 있다. 박 원장은 “부산에는 복사용지를 생산하는 장애인직업재활 시설이 한 군데 더 있다. 유독 그곳 물품만 이 시설에 판매처로 소개돼 있다”며 “공공기관에선 주로 이 사이트를 통해 장애인 생산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했다. 확인 결과 이 사이트의 사무용지 카테고리에는 S시설의 물품만 소개돼 있었다.
이에 대해 부산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관계자는 “다른 경우에도 장애인 시설끼리 생산품이 중복될 경우 판매처 등을 협의하도록 요청해 왔다. 연간 1회 열리는 장애인 생산품 홍보 행사에 ‘동행과 나눔’ 측 물품을 함께 소개한 적이 있으며 홈페이지의 경우 예산 부족 등 때문에 올해 초부터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감독 기관의 감사 등을 통한 빠른 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같은 물품을 생산하는 시설끼리 협의하라는 권고 자체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격이 되는 만큼 장애인 생산품 판매처로 단지 등록해 달라는 것뿐이다. 수년째 기장군청을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을 다니며 장애인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지만 아직 월 매출액이 20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자재비를 빼면 급여로 줄 수 있는 몫이 너무 적은 상황이다. 장애인들에겐 일자리가 가장 좋은 복지인데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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