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로 주변 건물 균열-분진 등 큰 피해
도시계획 조례 개정 입법예고… 상업지역 용적률 낮추는 게 핵심
대구시가 도심 상업지역 내 고층아파트 건설에 따른 시민들의 환경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조례 개정에 나섰다. 시는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도시 계획 조례를 일부 개정하기 위해 입법 예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기간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어 지역혁신담당관실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이후 대구시의회 본회의를 거쳐 늦어도 올해 말까지 조례를 개정한다는 목표다.
최근 수년간 대구에는 상업지역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공사로 인해 일조권 침해와 소음, 분진, 인접 주택 파손 등의 각종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 19일 중구 삼덕동 3층 규모의 건물은 2m 옆에 지하 5층, 지상 49층인 주상복합 아파트 신세계 빌리브 프리미어 공사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유모 씨(62·여)는 “아파트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3층 집의 환풍기가 부서졌고 건물 곳곳에 균열이 일어났다. 지하에서 물도 새기 시작했다”며 하소연했다. 환경 피해를 참지 못한 2층 임차인은 지난달 상가를 비우고 떠났다고 한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아파트 건설사업장 149곳 가운데 56곳이 상업지역이다. 공사가 한창인 32곳 주변 시민들은 유 씨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8일 수성구 황금동 주민 40여 명은 인근 부지에 38층 규모의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건설을 반대한다며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아파트 재개발 관련 민원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8월 대구 8개 구군에 접수된 아파트 공사 민원은 4517건. 지난해 1∼12월 4398건을 이미 넘었다.
상업지역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건설은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승인된 28건 가운데 26건이 2018년과 지난해에 집중됐다. 주거지역보다 용적률이 높아서 면적이 좁아도 높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수익을 높이려는 건설사들이 선호하고 있다.
대구시 도시 계획 조례 개정은 용적률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현행 상업지역 건축물은 용적률 800∼1300%를 유지하고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용적률은 준주거지역과 동일한 400% 이하로 수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업지역에 112.39m²크기의 아파트 500채를 지으려면 1만4048m²의 땅을 매입해야 한다. 기존 조례대로는 4320여 m²만 매입하면 가능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행사들의 토지 매입비 부담이 커져서 상업지역의 무분별한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건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 조례 개정을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대구시는 2000년대 중반 상업지역 주상복합 고층아파트 건설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대구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미 상당수 도심 상업지역에서 고층아파트 착공이 이뤄진 상태에서 때늦은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창엽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2007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역 건설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로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 현재 도시 균형 발전의 장기적 관점에서 대구시의회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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