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당신께서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은 몰랐습니다. 성한 오빠, 생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의 길을 숙명으로 여긴 당신은 영원한 소방관입니다.”
21일 오전 충북 충주시 충주소방서 앞 광장에서 열린 충주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속 고 송성한 소방교(29)의 영결식장. 평소 고인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인명구조 현장을 누비던 황혜린 소방사는 고인을 ‘오빠’라고 불렀다. 황 소방사는 슬픔을 억누르며 고별사를 읽어 내려가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고별사를 듣던 유가족들과 소방 동료들의 눈물이 영결식장을 적셨다.
황 소방사는 “오빠를 집어삼킨 시커먼 급류를 바라보면서 발만 동동 굴렀던 제 자신이 한없이 무능력하게 느껴졌다”며 “아프고 한스럽지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우리 소방의 숭고하고도 고결한 ‘소방정신’을 마음속 깊이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영결사에서 “오직 ‘소방관’이라는 숭고한 이름 하나로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인을 두고 우리는 ‘살신성인’이라고 부른다”며 “고인의 고결한 살신성인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남고, 진정한 소방관으로 충북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소방교는 2일 오전 7시 반경 충주시 산척면 남한강 지류인 영덕천 부근에서 집중호우 피해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당시 동료 대원 4명과 함께 산척면 명서리 산사태 매몰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송 소방교는 폭우로 침수된 도로의 진입 여부를 확인하던 순간 갑자기 지반이 무너지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고인은 19일 오전 8시 54분경 사고 지점에서 8.7km가량 떨어진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강배체험관 인근 모래 속에서 발견됐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고인은 2018년 11월 구급대원으로 임용돼 충주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에서 근무했다.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200여 차례의 화재현장 출동과 500여 차례의 구조구급 활동을 통해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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