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사 2292명 중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현재 1.8% 정도인 41명(총 정원 47석)에 불과하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참모, 지방검찰청장 등에 보임돼 검찰 정책과 수사 방향을 이끄는 ‘검찰의 별’이다.
동아일보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이뤄진 12차례의 고검장과 검사장 인사를 분석한 결과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사(사법연수원 18∼28기)는 총 97명이었다. 검사 정원 증가로 경쟁자는 늘고 있는데, 한때 50명을 넘어섰던 검사장 자리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승진 기회가 바늘구멍처럼 더 좁아지고 있다.
○ 중간간부의 검사장 승진 비율 27%→10%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 사법연수원 18기는 2011년부터 검사장 승진자가 나오기 시작해 총 14명의 검사장을 배출했다. 18기 검사들이 검찰 초급간부인 부부장(13년 차)으로 승진할 당시 인원은 51명. 이후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등 10년간의 승진 레이스를 뚫고 검사장이 된 비율은 27.5%로 동기 10명 중 3명 정도였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포함된 23기가 10명을 배출한 것을 끝으로 24∼27기의 기수별 검사장 승진 인원은 모두 한 자릿수(7∼9명)에 불과했다. 이전에는 통상 2, 3차례에 걸쳐 기수별 12명 안팎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승진 자리가 3분의 1 이상 좁아진 것이다.
인사 관행상 검사 경력 13년 차 동기들을 전원 승진시키는 부부장 인사 대비 검사장 승진 확률도 기수별로 24기(12.1%), 25기(18%), 26기(16.7%), 27기(15.2%)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처음으로 검사장 3명을 배출한 28기부터는 27기까지 50명 내외이던 부부장 승진자가 71명으로 급증해 검사장 승진 확률이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7기까지 기수별로 300명 안팎이던 사법시험 선발인원은 28기 500명을 시작으로 29기 600명, 30기 700명 수준으로 늘었다. 36기부터는 1000명이 넘었다. 중간간부의 검사장 승진 비율이 10%대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고위 간부 축소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빈번한 인사로 검사장 승진 대상자 전체 규모는 늘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문재인 정부 3년간 승진한 검사장은 47명으로, 이명박 정부 5년간 승진 인사(48명)와 맞먹었다. 올해 승진자(11명)를 뺀 2년간 승진 인원만으로 이미 박근혜 정부 4년간 전체 승진자 수(35명)를 넘어설 정도로 승진 규모가 커졌다.
박근혜 정부 때 검사장 승진은 4차례에 걸쳐 19∼22기 4개 기수 사이에서 이뤄졌지만 문재인 정부는 3년간 6차례 인사에서 22∼28기 7개 기수로 승진 폭을 넓혔다. 짧아진 인사 주기는 윤 총장의 파격적인 승진 발탁과도 관련이 있다. 23기인 윤 총장은 현 정부 들어 부장검사에서 차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급)에 임명된 데 이어 또다시 고검장을 건너뛰고 검찰총장으로 영전하면서 검사장 승진 기수를 낮췄다. 전임자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문무일 전 총장보다 연수원 5기수 후배인 윤 총장이 중용되자 중간에 낀 선배 기수들은 사표를 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엔 윤 총장 측근을 좌천시키는 물갈이 인사를 6개월 단위로 반복하고 있다.
승진 대상자는 더 커지는데, 승진자가 줄고 인사교체 시기가 빨라지면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장 승진이 빈번하고 발탁 폭이 좁아질수록 검사가 정권에 충성하는 과잉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라도 인사 적체를 고려해 일정 비율의 검사장 승진 자리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97명 승진자, 대검과 법무부 참모 출신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의 탈검찰화(2017년), 출신 대학 다양화(2018년), 형사공판부 우대(2020년) 등 인사 원칙도 바꾸고 있다. 과거 정부가 최우수 자원 발탁(2015년), 우수인재 전면 배치(2012년)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면 문 정부는 기존 검찰 내 엘리트 교체에 방점을 두고 있다.
97명의 검사장 승진자 중 검찰 내 ‘출세 코스’로 불리는 법무부와 대검을 거치지 않은 검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승진한 11명의 검사장도 법무부와 대검 근무 경험이 없이 일선 검찰청의 형사부나 공판부에만 근무한 승진자는 ‘0명’이었다. 부부장급 이하 평검사 시절 대검 연구관 또는 법무부 검사를 거친 비중은 문재인 정부(76.6%·47명 중 36명)나 박근혜 정부(77.1%·35명 중 27명)가 큰 차이가 없었다. 검사장 승진자 4명 중 3명이 부장검사 승진 전에 이미 ‘출세 코스’에 입성한 것이다. “일선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형사부와 공판부 우대”를 인사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법무부와 대검을 거친 소수의 검사들이 승진 혜택을 본 것은 마찬가지였다.
기획, 특수, 공안 분야 전문인 이른바 ‘OO통’들의 승진 독점을 없애고 민생 업무와 밀접한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을 우대해야 한다는 인사 원칙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지휘했던 간부들을 물갈이한 시점부터 부각됐다. 일선 검사들은 형사공판부 강화가 법무부의 새 인사기조가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평검사는 “지금까지 실력이 뛰어난 동기들이 인지부서에 발탁됐지만 직제 개편으로 직접수사 부서가 축소되면 굳이 형사부를 떠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반면 재경 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형사공판부 우대가 자칫 부패 척결에 앞장서온 인지부서 검사 배척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 고검장 지역 편중이 ‘빅4’로 이동
추 장관은 최근 검사장 인사 기준으로 “출신 지역을 골고루 안배했다”고 밝혔다. 10년간 검사장 승진자 97명을 출신 지역별로 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출신은 28명(28.9%), 영남 출신은 29명(29.9%), 호남 출신은 25명(25.8%). 충청과 강원은 각각 10명(10.3%), 5명(5.2%)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승진한 47명 중에도 수도권과 영남이 각각 14명, 호남 13명, 충청과 강원이 각각 3명으로 10년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도 수도권(10명), 영남(10명), 호남(9명) 순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과거 정권에서 지역 불균형은 한 단계 위인 고검장 인사에서 심했다. 검찰 최고위직인 고검장급 승진 인사는 박근혜 정부 때 영남 출신(7명)이 호남(3명)의 2배가 넘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영남과 호남이 6명 동수로 맞춰졌다. 박근혜 정부 때 고검장 3명을 배출했던 충청과 강원 출신은 현 정부 3년간 1명도 고검장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 내 요직으로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및 공공수사부장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오히려 현 정부 들어 지역 편중이 심화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각각 40, 50%였던 영남 출신 비중은 현 정부 들어 13%(2명)로 추락했다. 거꾸로 전 정권 때 각 1명에 불과했던 호남 출신은 현 정부 들어 60%(9명)로 급상승했다.
○ 안산·성남지청장 7명씩 검사장 승진
역대 검사장 승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직전 보직은 10년간 각 7명의 승진자가 나온 수원지검 안산지청장과 성남지청장이었다. 대검 차장검사급 보직(선임연구관, 기획관, 정책관)에서도 7명이 배출됐지만 이 자리들은 이달 법무부 직제 개편에서 폐지될 계획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 출신이 6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과거 승진 코스로 불리던 법무부 인권국장(5명)은 2017년 9월 법무부 탈검찰화 일환으로 외부 인사에게 개방됐다. 그 대신 현 정부 들어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출신들이 5차례 인사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여성 검사장은 2013년 여성 1호 검사장인 조희진 전 검사장 (19기) 승진 이후 3년간 뜸했다가 현 정부 들어 이영주(22기) 노정연(25기) 고경순(28기) 등 3명이 더 승진했다. 검사장 승진자 평균 연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49.5세)보다 현 정부(52세)에서 높아졌고, 고검장 승진자 평균도 지난 정부(52.9세)보다 현 정부(53.7세)에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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