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방역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내부로 들어가고 있을 때 다른 경찰관들이 진압 방패로 교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후 7시경 회색 방역복을 입고 고글을 쓴 경찰 50여 명이 압수물품을 담을 상자를 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입구로 이동했다. 교인들은 ‘교회 뺏지 말고 정권을 뺏어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했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입회인이 도착한 뒤인 오후 8시 40분경 시작됐다. 오후 9시 30분경 사랑제일교회 앞에선 보수단체 회원과 주민 간의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교회 앞을 지키던 회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향해 “뭐하러 왔느냐”고 따져 묻자 동네 주민들은 “남의 동네 와서 대체 왜 이러느냐”며 맞섰다. 경찰이 이를 제지하자 일부는 “내 몸에 왜 손을 대느냐”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1시 반경 서울시 방역 강화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현행범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를 언급하면서 “공권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발언 이후 8시간 만에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은 20일 오후부터 교인 명단을 확보하려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지만 교인들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20일 오후 5시부터 21일 오전 3시 반까지 ‘밤샘 대치’했지만 교회 측이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달라”며 응하지 않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16일 고발한 서울시는 20일 사랑제일교회를 경찰에 추가로 고발했다.
서울시는 교회가 제출한 명단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는 교회가 앞서 전달한 900여 명의 교인 명단이 부정확하고, 실제 교인 규모가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는 등록된 정식 교인보다 외부 방문자가 2.9배 더 많아 교회 PC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정확한 교인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과 경찰은 ‘7월 27일∼8월 1일 방문자 명단’과 ‘실제 교인 명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당국이 보유한 명단은 ‘8월 2∼13일 방문자 명단’과 두 차례에 걸쳐 교회 측이 제출한 교인 명단이다. 7월 27∼29일은 확진자가 참여한 가운데 사랑제일교회 부흥회가 열린 날이다. 서울시 측은 “교회 측이 재개발조합에 보낸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교인 4000명’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교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교인 명단을 허위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측은 21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 전까지 등록 교인과 방문자 등의 명단이 보관된 곳을 봉인하고, 그 앞을 지켰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의료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전 목사는 21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 성명서에서 “저로 인해 많은 염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외부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전 목사가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역 공안 통치’라고 비판하면서 일부 교인들이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19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한 교인은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행방이 묘연해진 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 대기 중인 상태로 발견됐다. 17일 경기 포천시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검체를 채취하러 온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으며 난동을 부린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일 1명이 발생한 후 9일 만인 21일 낮 12시 기준 전국 11개 광역단체에서 732명으로 늘어났다. 전날 오후 6시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3415명을 조사한 결과인데 검사대상자 중 양성률이 21.6%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감염 위험성이 크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참여한 광복절 집회 관련 확진자도 71명으로 늘었다. ‘n차 감염’도 문제다. 콜센터와 교회, 학교, 병원 등 19곳에서 100명에게 전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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