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부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 존치 공문에도 해체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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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수사단) 폐지를 앞두고 “날로 지능화되는 의약품 리베이트 범죄에 대응하는 전문·특화기관의 지속적 업무 수행이 필요하다”며 법무부 등에 존치 의견을 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미래통합당 백종헌 의원실이 확보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 관련 의견 제출’ 공문에 따르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3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신자로 한 공문을 보냈다.

박 장관은 이 공문을 통해 “(수사단은) 의약품 유통질서 분야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수사단 설치 후 리베이트 수사에 큰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이후 관계부처 대책회의로 수사단이라는 범정부적 공조체제를 2011년 구축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이 함께 구성돼 정보공유가 수월하고 효율적 수사와 효과적 행정처분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2011년 이래 9년째 유지됐던 수사단은 복지부의 존치 필요성 강조에도 올 5월 해체됐다. 대신 유관기관 파견 인력 일부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품형사부로 배속됐지만 업무 공조 역량은 줄어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수사단을 폐지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지만, 운영이나 정보공유 차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백 의원은 “공문을 보면 복지부가 수사단 존치를 희망했는데도 법무부가 수사단을 끝내 해체시켰다”며 “법무부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검찰 힘 빼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부패 대응 역량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리베이트 수사단이 처리한 사건의 대부분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아니라 식약처나 유관기관이 송치한 사건들”이라며 “부패 대응을 위한 효율적 기관 한 곳이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장관석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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