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조치 마쳤으나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 부족해
'긴급한 보수 필요' D등급 학교 건물만 전국 39개
옹벽·축대 최소 500여곳…교육부 응급 복구 지시
이달 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입은 학교 건물들이 다 복구되지 못한 상황에서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함에 따라 피해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풍에 무너지기 쉬운 안전등급 D·E에 해당하는 학교가 39개, 옹벽과 축대 등 붕괴위험 시설도 전국에 500개 이상인 만큼 교육부와 교육청이 응급 복구에 나섰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 17개 시·도 중 14개 지역 390개 학교 또는 기관 시설이 침수나 붕괴, 지반 침하, 낙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교육부는 복구공사에 착수하기 전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응급조치는 마친 상태다. 그러나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이번 태풍으로 다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면이 붕괴되는 등 바로 복구가 안 되는 학교에는 유실 부분을 치우고 방수포를 덮어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조치했다”면서도 “사면과 옹벽이 붕괴된 학교를 1주일여만에 다 복구하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최대풍속 시속 162km(초속 45m)에 해당하는 강한 바람이 특징이다. 이는 사람과 커다란 돌이 날아가는 수준이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역대 태풍 가운데 최대풍속 4위에 해당한다. 기상청은 역대 1위인 2003년 태풍 매미의 초속 51.1m 기록을 깰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태풍 바비는 27일 오전 중 황해도에 상륙할 예정이며 한반도 중서부가 태풍의 영향에 들게 된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관리 중인 학교 건물도 전국에 39곳이 있다.
국토교통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실시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안전등급 D(미흡)는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해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E등급은 결함이 심각하고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중단하고 보강, 개축을 해야 하는 건물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관리 중인 위험시설은 더 많다. 뉴시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 등 9개 시·도교육청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강풍에 붕괴하기 쉬운 축대·옹벽·절개지 등 붕괴위험시설은 최소 508곳에 이른다.
서울은 학교 내 붕괴위험시설이 272곳에 달했으며, 대형 공사를 진행하는 학교도 6곳이다. 태풍이 직격한 제주는 붕괴위험시설 12곳과 대형공사장 6곳이 있다. 배화여중 체육관동도 지난 4월 D등급을 받았고 올해 12월 말까지 보수 중 태풍을 맞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태풍 관련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내려보내고 이 같은 재해취약시설에 대한 사전점검과 집중호우 피해시설은 추가로 응급복구하도록 각 교육청과 학교에 지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시설들이 구조상 태풍으로 넘어지거나 무너질 위험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학교 건물의 마감재나 외장재가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라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오전 9시 기준 학생이나 교직원, 시설피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주, 전남지역 128개 학교만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등하교시간을 조정했다. 교육부는 태풍이 지나가기 전까지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피해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태풍이 지나간 뒤 피해를 입은 교육시설에 대한 민·관합동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