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바비’, 강한 태풍 맞지만 피해 적었던 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7일 12시 28분


①경로변동 ②경각심 높이려

27일 오전 9시 기준 태풍 바비 예상 이동 경로 © 뉴스1
27일 오전 9시 기준 태풍 바비 예상 이동 경로 © 뉴스1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는 비교적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가면서 그 이유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오전 9시 기준으로 북한 평양 북서쪽 약 50㎞ 부근 육상에서 시속 46㎞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75hPa(헥토파스칼),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시속 115㎞(초속 32m), 강풍반경과 폭풍반경은 각각 190㎞, 60㎞이다.

태풍 바비의 예상소멸 시점은 계속해서 앞당겨지고 있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10시 태풍 통보문에서 다음날(28일) 오전 3시쯤, 이날 오전 1시 통보에서는 다음날 0시쯤 태풍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현재 변질 시점은 이날(27일) 오후 9시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태풍이 당초 예상보다 약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태풍이 제주와 광주·전남 지역에는 교통 통제 등의 불편과 사고 피해를 입혔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태풍 바비 자체는 강도가 강한 태풍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던 13호 태풍 ‘링링(LINGLING)’과 비슷한 규모라는 것이다.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가 제공한 국립해양조사원의 이어도 해양관측기지 자료에 따르면, 태풍 바비가 이어도 부근을 통과할 당시인 지난 26일 오전 7시 태풍은 중심기압 965.2hPa,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51.65m의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이어도 부근을 지날 당시의 태풍 링링은 중심기압은 952.3hPa(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56m 수준이었다.

정 박사는 “이어도 관측 기준으로는 태풍 링링이 이번 바비보다 조금 강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 정도 차이로 어떤 태풍이 강한지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번 태풍 바비는 지난해 링링만큼 충분히 강한 태풍”이라고 설명했다.

태풍이 지나간 해수 온도로 살펴봐도 이번 태풍은 강도가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 해수를 위아래로 순환시키면 온도가 낮아지는데 태풍이 강할수록 온도가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기상기후 관련 A 교수는 “이번 태풍 바비가 지나가면서 해수 온도가 7.2도 정도 떨어졌다”며 “이 정도면 강한 태풍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풍의 강도는 강했지만 이동경로가 우리나라를 지나지 않으면서 태풍피해가 적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통상 남쪽에서 북상하는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면서 북동쪽으로 휘어 한반도로 향하는데, 현재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태풍 바비의 이동 경로는 비교적 북쪽으로 곧게 난 편이었다.

다만 태풍이 예보된 경로보다 조금 더 서쪽으로 이동해 우리나라에서 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교수는 “사후분석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태풍의 중심이 조금 더 서쪽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예상보다 강하게 예보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상기후 관련 B 교수는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강하게 경고하는 경우도 있다”며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태풍의 강도를 약하게 얘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 교수도 “지난 장마로 수해를 크게 겪은 지역이 많고 지반도 약해진 상태”라며 “태풍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를 많이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중으로 태풍의 피해규모가 예상보다 적었던 이유에 대한 분석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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