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쳤는데 응급실 퇴짜 맞았어요”…울산서도 피해 사례 잇따라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27일 15시 25분


"당장 오늘 위암 수술인데 한달 연기하자고…"
"코뼈 부러지고 입안 찢어졌는데 수술날 못 잡아…"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환자 피해글 속출
일부 병원 "커뮤니티 글 사실과 달라" 해명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울산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27일 울산지역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진료 공백의 현실화를 보여주듯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전날 오후 10시 15분께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공의 파업 때문에 아이가 다쳤는데 응급실 퇴짜 맞았어요”라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두시간 반전쯤 아이가 넘어져서 이마가 찍혀 크게 다쳤어요”며 “가까운 XX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했는데 봉합해줄 의사가 없대요. 출근 자체를 안한대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글쓴이는 “OO병원은 수술 자체가 안된다고 하고, 웬만한 울산 응급실에는 전화를 돌렸는데 전공의 파업이라고 다 퇴짜를 맞았어요”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누리꾼의 글이 알려지자 해당 병원은 “파업 전공의 중 2명이 성형외과 전공의 이긴 하나 통상적으로 봉합은 24시간 이내 방문요청을 한다”며 “특히 이마나 얼굴은 성형과 관련된 재봉합 등 후유증이 있어 평시 내원을 요청한다”고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 응급실을 운영중이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위암 환자라고 소개한 다른 누리꾼의 피해 사례도 있다. 이 누리꾼은 “양산 XX병원 수술 잡으신 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의료파업으로 수술을 한달이나 미루자고 하네요. 수술이 당장 목요일(오늘)인데 한달을 미루면 이거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마음을 졸였다.

또 다른 글쓴이는 “저희 할머니 사고 나셔서 응급실 갔다가 이것저것 검사할건 다하고 골절 진단 받아서 수술 필요하다 하더니 파업때문에 수술할 의사 없다고 다른 병원 보내버리네요”라고 황당해했다.

이 밖에 “우리애 교통사고 나서 온몸과 얼굴에 찰과상과 심했고 코뼈 부러지고 코피 계속 나고 입안 다 찢어졌는데도 입만 바로 꿰매고 코 수술은 한달 후에 지켜보자한 뒤 집으로 보냈어요”라는 피해 호소 글도 게재됐다.

정부와 의료계의 합의가 무산되고 의사들의 진료 거부가 현실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2차 파업에 참가한 울산지역 병·의원(개원의)은 전체 694곳 중 10% 내외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대거 현장을 떠난 울산을 비롯한 인근지역 대학병원에서는 응급 수술을 제외하면 상당수 수술이 중단되거나 연기돼 환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대학교병원 소속 전임의 14명 중 이날 절반가량도 휴진하며 파업 합류했고, 지역 내 전공의 125명은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지침에 따라 4차 단체행동인 ‘블랙아웃(blackout)’을 선언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큰 혼란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 파업이 장기화 되면 의료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대한 환자들 피해가 없도록 대책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이번 파업에 대비해 지난 21일부터 비상진료 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26일 울산시의사회를 찾아 “집단휴진은 환자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시민의 진료안전을 위해 집단휴진을 멈춰 줄 것”을 당부했다.

파업기간 정상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응급의료정보센터,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건강보험공단,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응급의료정보제공), 구·군보건소 누리집 등을 통해 안내한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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