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딛는 걸음걸음이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겠지만 때로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성공을 향해 간다는 희망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최연소, 최고, 최다…. 이런 현란한 수식어가 가득한 KAIST 학위수여식에서 좌절과 실패를 거듭한 졸업생이 대표 연설을 맡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28일 2020학년도 KAIST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기계공학부 강윤정 씨(38).
4월부터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는 그는 영상으로 대신한 연설에서 2000년 학부에 입학한 뒤 실패와 좌절 끝에 20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KAIST 학생들의 통상적인 박사학위 취득 기간은 10년 안팎이다.
그의 좌절은 학부를 끝내고 KAIST 석사과정 입학에 실패하면서 시작됐다. 과학고를 나와 그의 말대로 “너무 대학의 낭만을 만끽하다” 보니 공부에 소홀했다. 강 씨는 “동아리 활동에 몰입했고, 교환학생으로 유럽도 다녀왔다. 성적이 무척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의 석사과정 시험에도 떨어지자 이제 두려움이 엄습했다. 언니는 의기소침한 그에게 “넌 학교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활기차 보였는데 대학원에 왜 안 갔어? 지금이라도 가봐”라고 했다. “안 간 것이 아니라 못 간 것”인데 속도 모르는 얘기였다. 그로 인해 언니와 한바탕 말싸움을 벌였는데 그해 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KAIST로 돌아가라’는 예기치 않은 유언이 돼 버렸다.
다른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몇 번의 거절 끝에 KAIST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연구 성과가 부진해 초조해졌다. 말 그대로 조언자인 지도교수(advisor)의 성심 어린 지도로 학위 취득에 성공했다.
강 씨는 “대표 연설을 하게 된 것은 누구보다 많이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그 시련을 극복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우울하고 괴로웠던 그 모든 경험과 시련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또 “되돌아보면 저는 어쩌면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고 지금의 저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보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여러분도 좌절과 실패가 계속되더라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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