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승객에게 싸움을 건 50대 남성이 “한 24년가량 정신과 조울증 약을 먹었다”며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50대 남성 A 씨는 28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하실 말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지하철에서 왜 폭행을 했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약 때문에 폭행한) 그런 면도 없잖아 있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성하느냐’는 물음에는 “하느님 앞에서 회개를 많이 하겠다”며 “어제 잠을 못 잤다. 하루종일”이라고 했다.
A 씨는 27일 아침 지하철 2호선 당산역으로 가던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승객과 몸싸움을 벌였다.
온라인에서 확산한 영상을 보면, A 씨는 마스크 미착용을 지적하는 승객 B 씨의 뺨을 슬리퍼로 때린다.
A 씨는 B 씨를 향해 “네 할 일 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고, B 씨는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는 게 방역당국에서) 위법 행위라고 하잖아”라고 답한다.
이어 A 씨는 자리를 옮겨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을 지적한 또 다른 승객 C 씨에게 다가가 밀쳐 넘어뜨리고 목을 잡는다.
A 씨와 C 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B 씨는 A 씨의 일행에게 다가가 “왜 마스크를 안 쓰느냐”며 “(마스크 쓰지 않고) 지하철 타지 말라고 하잖아”라고 지적한다.
승객들의 비명이 계속되지만 A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C 씨에게 달려든다. 주변 승객들이 A 씨를 잡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A 씨는 우산을 던지는 등의 난폭한 행동을 한다.
A 씨는 분에 풀리지 않은 듯 지하철 문을 여러 차례 발로 차고, 욕설을 내뱉는다. A 씨는 일행을 향해 “넌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찰은 승객을 폭행한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마스크를 써 달라는 요구에 화가 나서 때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싸움 목격자는 SBS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마스크를 안 쓴 두 명의 승객이 큰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어서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맞은편에 있는 승객 분이 마스크 착용해달라고 말씀하셨는데, (A 씨가) 뛰어가서 구타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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