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 전장 이탈” vs “아군 등에 비수”…의료 갈등 ‘점입가경’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8일 16시 01분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28 © News1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28 © News1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전공의 파업에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 고발 등으로 맞받자, 의료계는 다시 무기한 총파업 등 불퇴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가운데 의사들의 파업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 정책 추진에 이어 백기투항을 강요하는 정부 태도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파업철회 명분조차 제시하지 않고 퇴로를 막아선 정부가 오히려 국민생명을 볼모로 잡았다는 역공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한 의사 10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신병처리도 적극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경대처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했다고 하루 만에 형사고발까지 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직권남용 고발 등 맞대응을 예고했다.

최 회장은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고, 여러 회원들과 상의해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보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헌법소원 방침도 밝혔다.

정부의 강경대응은 익히 예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7일)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다”며 “전시상황에서 군인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복지부와 경찰은 일사불란하게 의협 압박에 나섰다.

사랑제일교회 등 개신교 교회와 광복절집회가 촉발한 감염 확산세 속에서 의협의 파업을 대하는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한 사익추구 행위란 비판이 잇따른다.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고, 실제 일부 응급진료 차질 사례도 나타났다.

반면 의료계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을 현 시점에 내놓은 정부 저의가 의문스럽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불길이 잡히지 않은 시점인데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서둘러 의료정책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치적 이유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K-방역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고도 비판한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한 여론도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론 대부분이 등을 돌렸던 의약분업때와 달리 정부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26일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51.0%는 정부를 지지했지만, 42.0%는 ‘일방적 결정’이라고 답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의사들 파업은 문제지만 정부도 잘하고 있진 않다는 여론이 상당한 셈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전시상황에 군인이 전장을 이탈했다고 하는데, 열심히 싸우고 있던 아군 등 뒤에 비수를 먼저 꽂은 것은 누군가”라며 “코로나를 극복했다고 섣부른 승전보를 울리며 토사구팽에 나섰다가 다시 적을 마주친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을 던져놓고는 무조건 따르라는거 아닌가. 의료계 주장 중에서도 합리적 부분이 있고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부분이 많다”며 “비상시국이라며 대화상대를 윽박지르기만 한다. 대화할 의지가 진정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야말로 국민생명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집단휴진 사태의 해법은 결국 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19 비상시국에 의료계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는데 대한 부담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와 불협화음으로 방역에 차질을 빚어 자칫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경우 그 책임의 화살은 결국 정부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계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파업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성의 있는 방안을 선(先)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면한 감염비상 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일정 부분 타협안을 제시해 의료계가 물러설 최소한의 퇴로는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들의 유행 예측에 의하면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면 다음주 하루에 800~2000명까지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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