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끝나기 무섭게 ‘퇴원’ 요구…수술일정 언제 잡힐지”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28일 16시 39분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0.8.28/뉴스1 © News1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시작된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 마지막날인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0.8.28/뉴스1 © News1
의료계 2차 파업 중 심정지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지만 정작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28일 정부가 업무복귀명령을 어긴 전공의 10명을 고발하는 강수를 두면서 환자는 물론 국민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시내 대학병원들은 붐비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진료가 늦어지거나 퇴원이 앞당겨지며 집단휴진 공백이 드러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임모씨(29)와 그의 아버지는 지친 표정으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 예약시간은 오전 8시40분이었지만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임씨는 “원래 검사예약은 어제였는데 검사할 사람이 없어서 오늘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파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임씨는 “코로나 와중에 지금 파업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병원을 계속 다녀야 할텐데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씨의 부친은 10시8분이 돼서야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정모씨(51)의 아들은 원래 이번주 입원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열흘전 입원했다. 정씨는 “오히려 다행”이라며 “의사 선생님이 막차를 탔다고 말했다”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정씨는 “원래는 의사가 드레싱을 해줬는데 이번주엔 사람이 없다고 간호사가 대신 해줬다”며 “(의사와 정부) 각자 입장이 있겠지만 환자 가족 입장에선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만난 윤모씨(49)는 퇴원수속을 밟고 있었다. 윤씨는 “항암치료를 받아서 며칠 더 입원하고 싶었는데, 의사 파업 때문에 조기퇴원 하라고 했다”고 불안해했다. 윤씨는 “항암치료 후에는 수술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때까지 파업이 안 끝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김모씨(71)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진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안암병원에 다닌지 30년이 됐다는 김씨는 “환자가 많으면 기다리는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사람이 없는데 파업 탓에 의사 선생님이 없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들 중엔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부친이 한달째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이모씨(59)는 아버지의 휠체어를 밀고 가며 “환자 가족들은 어떻게될지 모르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전공의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 전공의들도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입구에서 안내문을 나눠주던 전공의 A씨는 “일단 휴전하고 코로나 이후에 재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파업이라고 하지만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들은 대부분 근무중”이라며 “교대한 뒤 다시 일하러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에 나선 전공의들은 서울대병원 입구에서 조금 지친 표정으로 파업 이유가 쓰인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었다. 의사 2명도 가운을 바닥에 벗어둔채 ‘무분별한 정원증가 의료체계 무너진다’ ‘비인기과 육성정책 강제복무 해답일까’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한시간 간격으로 돌아가며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도 전공의 3명이 ‘공공의료 의사증원? 중요한건 여건이다’ ‘의사증원 전면재논의’ 등의 내용이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2시간마다 교대한다는 이들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와 전임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하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정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겠다고 맞서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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