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유행 후 사망자 4배 이상 늘어…역학조사 과부하에 치료 적기 놓쳐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30일 07시 15분


이달 12일부터 17일간 17명 사망…1~11일 4명 사망
7월 한달간 사망자 19명과 비교해도 심상치않은 수치
2~3월과 다르게 병상 부족 아닌 '조용한 전파'가 원인
확진자 발견 늦어지면서 치료 시기 '골든 타임'도 놓쳐
거리두기 준수로 감염 전파 자체 사전 차단 중요 강조

8월 중순 수도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17일만에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8월 유행을 주도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지표환자가 발생한 12일 이후 현재까지 17일간 코로나19 사망자는 17명이 발생했는데, 이는 8월1일부터 11일까지 발생한 사망자 4명과 비교해 약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7월 한 달간 발생한 전체 사망자가 19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17일간 발생한 사망자 수는 심상치 않다.

병상 부족에 시달렸던 초창기 대구·경북 지역 유행과는 달리 최근 수도권에서는 역학조사로 인한 추적·검사와 격리·치료 속도가 감염 전파를 따라가지 못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국내 의료시스템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3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사랑제일교회와 지난 15일 서울 도심 집회 등을 통해 수도권 유행이 본격화됐다. 지난 15일부터 15일 연속 세자릿수 규모의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는 상태다.

12일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05명이었는데 지난 29일까지 322명이 보고됐다. 17일만에 17명이 더 숨진 것이다. 이들 모두 60대 이상 고령자다. 8월1일부터 11일까지 사망자는 불과 4명이었다.

지난 29일에는 6명의 신규 사망자가 보고됐는데 이중 2명은 사망 이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감염이 됐음에도 검사와 격리 조치 되지 못한 것이다.

나머지 1명은 확진 판정을 받은 당일, 또 다른 1명은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날 사망했다. 확진된 이후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은 사망자는 2명 뿐이다.

지난 20일에도 경기도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갔던 70대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있었던 2~3월 대구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확진자가 집에 머물다가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었다.

반면 현재 수도권은 병상 부족보다는 역학조사의 속도가 감염 확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경우 증상 발현 뒤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상태가 악화된다. 코로나19의 증상은 비특이적이고, 스스로가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경증이 많다. 감염된 후 검사를 받지 않아 일주일이라는 ‘골든타임’이 지나면 상태가 악화된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의 조용한 전파 자체가 많아 사망 시점과 확진 시점 자체의 틈이 없거나 또는 (시점이) 역전돼 사망 후 확인되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그만큼 연결고리 추적도 어렵고 역학조사의 역량을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0일 현재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64명이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지표환자가 발생한 12일 15명의 위·중증 환자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주일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사랑제일교회와 서울 도심 집회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이 잠복기를 거쳐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일주일이 지나면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고령자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2일부터 현재까지 추가된 신규 확진자 4686명 중 32.6%에 달하는 1528명이 60대 이상 고령자 확진자다.

수도권에서는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도와 광화문집회 참석자 중에서 “무조건 확진된다”는 유언비어 등의 영향으로 검사를 받지 않으며 방역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검사를 받지 않으면 이들이 양성인지 알 수가 없어 동선 추적과 접촉자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조사중’ 확진자가 848명에 달하면서 이들의 초기 감염원의 접촉자도 방역망 바깥에 있는 상태다.

이들은 설령 감염이 됐다고 하더라도 경증 또는 무증상으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채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급격히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있다.

현재 비교적 여유가 있는 병상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인명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이미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가 300명씩 발생할 경우 9월 초 위·중증 환자가 130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8일 기준 인력과 장비 등이 완비돼 확진자가 즉시 입원 가능한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51개, 수도권에 15개만 남았다.

이미 수도권 내 ‘조용한 전파’가 만연했다고 평가되는 만큼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거리두기를 통한 감염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 방역의 성적표는 치명률로 나오게 된다”며 “얼마나 확산세를 줄이고, 위중 환자를 줄이고, 병상과 인력에 여유를 둬 사망자를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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