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의사들 “대통령 눈치만 보는 복지부 기대감 전혀 없어”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30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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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30/뉴스1 © News1
서울대병원 소속 전문의가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0.8.30/뉴스1 © News1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 등을 요구하며 실시 중인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30일 결정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불응자 고발 등 ‘강경 대응’이 오히려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29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밤샘 마라톤 논의를 거듭한 끝에 무기한 파업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대전협은 “모든 전공의는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단체행동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전날 밤 파업 지속과 관련한 투표에서 투표참여 193명 중 파업지속 96명, 파업 중단 49명, 기권 48명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과반수에 한 표 모자라면서 이날 오전 재차 논의를 거쳐 재투표에 돌입했다.

재투표 문항이 ‘비대위회의에 따라 보건복지부 협의문을 채택하고, 단체행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9표에 그친 반면, 반대한다는 투표자는 134명에 달했다. 기권은 13표가 나왔다.

대전협의 이같은 투표결과는 보건복지부가 전공의들을 잇따라 고발한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 속 파업 유지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던 상황이다. 하지만 ‘백기투항’을 압박하는 정부 태도가 오히려 파업동력을 강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전날 전공의를 고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교수들도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성균관대·경희대·울산대·고려대·한양대·가천대 의대 교수들이 성명을 내 제자들 보호에 나서는 한편, 정부를 향해서는 정책의 원점 재논의를 강력히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원인 한 전문의는 “의사들은 각 의과대학별 파벌이 강해 쉽게 뭉치지 못하고, 이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는데 번번이 실패해왔다”며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전공의 고발은 의료계 전반에 공감대와 위기의식을 심어준 자충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눈치만 보는 복지부가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정부에 제대로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혀 없다”며 “결국 청와대 기류가 변해야 복지부가 움직일텐데, 기싸움에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한 정부가 과연 중재안을 내놓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전대협 결정에 대해 “1차 투표에서 파업 지속 추진이 부결된 투표 결과를 뒤집기까지 해 집단휴진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전공의 단체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정당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이 전례 없이 거세지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정부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비상 사태 속에서 의사들의 협조 없이는 방역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면한 여론전에서는 전공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론이 다소 우세하나 의정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정부 부담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론화 작업 없이 정책을 밀어부치고,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진화되기 전 섣불리 이를 발표한데 대한 책임론이 점차 힘을 얻는 양상이다.

또한 이를 빌미로 한 야당 공세도 높아지고 있는 점도 정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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