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의사들 “잠? 퇴근도 못해”…환자들 “또 기다려?” 아우성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31일 17시 07분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문의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8.31/뉴스1 © News1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문의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반대하며 1인 피켓 시위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8.31/뉴스1 © News1
전공의 파업을 이끄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무기한 파업이 1주일 넘게 진행되면서,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의 의료공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전공의 뿐 아니라 전임의까지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남편의 외래진료를 위해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은 70대 A씨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에서 말하기로는 내일부터 외래진료 예약이 불가능하다는데, 이날 다행히 예약을 잡았다”고 안도했다.

그는 “병원에 남은 의사들이 잠도 못 하고 퇴근도 못하고 24시간 근무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교수들도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일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내과는 31일부터 일주일간 외래진료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교수님들이 전임의와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라며 “기존 환자에 주력하기 위해 상황이 급하지 않은 환자는 받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를 찾은 30대 B씨는 “지난주 목요일 예약이었는데 파업영향으로 예약 전날 갑자기 오늘(31일)로 변경됐다”며 “지난주에 회사에 얘기까지 해놨는데 갑자기 진료날짜가 바뀌어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술 후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C씨(57)도 지난주 검진 일정을 바꿀 수 있냐는 병원 측의 전화를 받았다. C씨는 “지난주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검진을 미뤄도 되냐고 전화가 왔다”며 “내가 지방에서 살고 있는데 다른 날은 불가능해 사정을 해서 예정대로 오게됐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일정은 그대로지만 병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양해해달라고 했다”며 “한 시간째 대기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의료계 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진료공백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병원들은 응급·중증치료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외래진료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대체 인력으로 조정되는 바람에 외래진료 일정을 중심으로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다. 일부 수술과 검진 일정이 조정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현재 파업으로 부족한 인력을 교수들이 보완하고 있다”며 “예약 변경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수술이나 검사일정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필수의료분야에서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당번제를 해줘서 차질없이 돌아가는 상황”이라며 “상급병원이다 보니까 응급실에 오시는 분 중에서는 응급도가 낮은 경우도 때때로 있는데, 그런 분은 다른 작은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전임의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본원·분당·보라매 병원의 전공의 953명 중 89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아울러 종로구 본원의 전임의 281명 중 247명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려대구로병원도 지난주, 전임의 60명 중 4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들이 전공의 파업 인력을 일부 대체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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