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 시작을 불과 17시간 앞두고 시험을 1주일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정부는 31일 오전까지만 해도 “시험 연기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반나절 만에 입장을 바꿨다. 의대 본과 4학년 중 90%(3172명 중 2839명)가 응시를 취소하면서 내년도 의사 배출 시스템에 차질이 생길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 국시 일정은 일단 번복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오후 4시 국시 연기를 발표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다수의 시험 취소자가 생기는 사태는 향후 병원의 진료 역량에 문제가 발생해 국민들의 의료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실기시험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당초 정부는 국시를 미룰 경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휴진(파업)에 강경 대응해온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응시 취소자가 예상보다 많아 당장 내년 공중보건의, 수련병원 인턴, 군의관 조달에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시는 9월부터 실기시험을, 다음 해 1월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만약 이들이 이번에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으면 내년 1월 필기시험을 치르더라도 면허 취득이 1년 미뤄지며 연간 3000명의 의사 배출 시스템에 차질이 생긴다.
시험 준비 자체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국시 채점위원으로 들어가는 수련병원 교수들이 대거 이를 거부해 복지부가 국군의무사령부에 전문의 군의관 지원을 요청했을 정도다.
○ 교수진·전임의 집단 사퇴
국시 일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잠시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전선은 여전하다.
복지부는 이날 비수도권 수련병원, 응급·중환자실 10곳에 대해 3차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복지부가 전공의 수련기관 200개 중 151곳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 파업률은 83.9%(7975명 중 6688명), 전임의 파업률은 32.6%(2188명 중 714명)였다. 전공의 파업률이 80%를 넘은 건 처음이다.
의대 교수와 전임의들의 단체행동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진은 전국 교수진 가운데 처음으로 집단 사직서를 냈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진은 대한의사협회가 예고한 9월 7일 총파업에 맞춰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의 전임의 448명 중 407명(90.85%)이 집단 사직서를 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953명 중 895명(93.9%)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성명서를 내고 “저희를 병원 밖으로 끌어낸 것은 의료계와 일체의 협의 없이 세상에 등장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의료정책들”이라며 “저희 젊은 의사들은 누구보다 진료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 원점에서부터 재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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