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5100명 최근 18일새 ‘폭발’
진단검사-동선조사-접촉자 추적 등 현장방역 전 과정서 심각한 과부하
숨은 감염원發 ‘조용한 전파’ 우려
1만9947명.
31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다. 최근 매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는 걸 감안하면 1일 발표 때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225일 만이다.
2만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중 5177명이 8월 14∼31일 발생했다. 전체 확진자의 4분의 1 이상이 최근 18일 동안 나온 것이다. 그만큼 이번 유행이 위험한 상황이다. 특히 신규 확진자의 단기간 급증은 방역망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의 시작인 진단검사와 동선 조사, 접촉자 추적 등 현장방역 전 과정에 심각한 과부하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는 역학조사관 10명이 하루에 많게는 70곳이 넘는 시설을 돌며 확진자 동선을 조사 중이다. 지역에서는 조사인력이 부족해 구청 행정직원이 현장조사를 대신하고 사진을 찍어 역학조사관에게 보내기도 한다. 주말이라도 겹치면 확진자가 나오고 2, 3일 후에야 현장조사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방역 과부하가 현장인력의 고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역속도가 느려지면 동시다발로 터지는 집단 감염을 제대로 쫓아갈 수 없다. 그러는 사이 2, 3차 전파가 이뤄지고 나중에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가 쏟아지게 된다. 전체 방역망의 대응력이 추락하면 정부의 방역정책이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간(18∼31일) 신규 확진자 4432명 중 1007명(22.7%)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올 4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확진자 5명 중 1명 이상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방역망이 놓친 감염원은 지역사회에서 계속 ‘조용한 전파’를 일으키게 된다.
방역당국도 역학조사를 통해 모든 감염원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가려내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한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통한 사람 간 접촉 최소화라는 의견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의 목표로 했던 것보다 (확산세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확진자가 급증해 역학조사에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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