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되면 사과해야하나요?…직장 동료·2차 감염자인데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일 13시 26분


서울 동대문구는 구내식당에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아크릴 재질의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동대문구 제공) 2020.3.23
서울 동대문구는 구내식당에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아크릴 재질의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동대문구 제공) 2020.3.23
언제 어떠한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이 늘면서 안전지대가 사라졌다. 개인 부주의가 1차적 원인이더라도 예상치 못한 경로로 감염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

확진자 또는 감염 의심자들은 개인 탓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될수록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이는 동선을 숨기거나 선제검사에 소극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방역 방해·비협조 행위엔 철퇴를 가하되, 선의의 피해자는 구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20대 여성 코로나 완치 후기(후유증 有)’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람들에게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과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 또 후유증에 대해 알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게시물에서 글쓴이는 이태원 클럽발 감염자의 직장 동료로, 2차 감염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 결국 직장을 사직했다고 전했다.

특히 글쓴이는 “평소에도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많았던 저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였고 내 것이 아닌 무언가를 만지면 꼭 손소독을 했다”며 “버스 손잡이도 가게 문 손잡이도 잡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만졌다면 바로 소독했다. 또 사무실에서도 늘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글쓴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유는 동료와의 식사 자리로 추정된다. 그는 “이렇게 나름대로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왔지만 지키지 못한 단 한가지는 식사시간이었다”며 “저와 제 동료들은 모두 식사시간에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저는 모두가 이때 코로나에 노출된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개인 생활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는 이들조차 순간의 방심, 또는 무의식적 행동 등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무서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감염경로 불분명 사례는 8월 둘째주 7.1%에서 셋째주 16.9%로 두 배 이상 급증한데 이어 넷째주에는 31.4%로 급증했다. ‘깜깜이 감염’이 불과 2주새 4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누가 감염돼도 놀랍지 않은 대유행 전초 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첫 발병 이후 7개월여 만에 누적확진자가 2만명을 돌파한 국내에서 상당수는 방역수칙을 지키고도 감염된 피해자다. 하지만 이들은 감염으로 격리·치료하는 고통뿐 아니라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 마음의 상처까지 입는 경우가 많다.

서울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 A씨(39·남)는 최근 사내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검체검진 결과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며 재택근무 중이다.

A씨는 “밀접 접촉이 아닌데도 불안하고 가족들이 걱정돼 미안하다”며 “확진 판정을 받지도, 내가 퍼트린 것도 아닌데도 확진자와 동선이 일부 겹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위에서 날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걱정해주며 안부를 건네면서도 은근히 확진자와 정말 접촉한 게 맞냐고 물으며 내 동선을 캐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괜히 죄인이 된 것만 같다. 빨리 2주를 보내고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마음고생도 적지 않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근무 차질 물론이고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매출 타격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재택근무 시행 기업도 많지만 대면근무가 필수적인 업무의 경우 늘 감염 위험성에 노출돼 불안불안한 심정이다. 직장내 방역조치와 별개로 근로자 개인의 사생활 중 감염으로 기업이 타격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확진자와 감염이 우려되는 이들을 향한 무차별적 비난과 가짜뉴스는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태원발 확산 당시 동성애자 의심클럽 확진 사실이 회자되며 검사를 꺼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도 광화문집회 참가자들이 동선을 숨겨 방역당국이 감염경로 추적·관리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방역당국과 정부, 지자체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방역 협조자와 방해 행위에 대한 분리대응 방침은 명백하다. 광화문집회 참가자 대상 익명검사 실시와 별개로 사랑제일교회 등 방역 비협조자, 책임자들에 대해선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등 강경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의 방역활동은 시민들의 여론 조성 및 향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시민들 역시 방역방해 행위 여부에 따라 이를 구분·분리해 판단하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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