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긴 장마에 치솟은 농산물 가격이 연이은 태풍으로 또 다시 급등 우려에 휩싸였다. 역대급 강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됐던 제8호 태풍 바비가 국내에 큰 피해를 미치지 않은 채 소멸한 지 하루 만에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발생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마이삭으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는데다, 안그래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사과·배의 경우 태풍 피해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어 정부는 초긴장 상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0으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지난달 긴 장마의 여파로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28.5%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배추가 69.8% 상승했으며 고구마 56.9%, 호박 55.4% 등 전반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최근 들어선 채소류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일 기준 배추 도매가격(상품·10㎏)은 2만1400원으로 평년(1만6213원)에 비해 32.0% 높았다. 다만 일주일 전(지난달 26일, 2만5540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오이(상품·10㎏) 도매가격은 2만9100원으로 평년(2만4517원) 대비 18.7%, 무 도매가격(상품·20㎏)은 2만4380원으로 평년(1만9233원) 대비 26.8% 각각 높았지만 최근 들어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6만662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던 적상추(상품·4㎏)는 1일 기준 2만3140원으로 평년(3만9947원)보다 42.1% 낮았으며, 애호박 도매가격(상품·20개)도 지난달엔 7만280원에 이르렀지만 지난 1일에는 2만3900으로 평년(2만9553) 대비 19.1% 낮았다.
장마 영향으로부터 확 뛰었던 채소가격이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한달만에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비가 국내에 큰 피해를 미치지 않고 소멸한 것도 최근의 채소 가격 안정화 흐름을 도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8월28일 기준 태풍 ‘바비’로 인해 농작물 1753㏊ 면적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태풍 ‘링링’으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2만9056㏊)에 비하면 6%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태풍 ‘마이삭’은 역대급 위력을 떨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삭은 2일 저녁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하루 뒤인 3일 경남 거제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뒤이어 영남지역을 관통해 같은날 오전 강릉 북쪽 부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태풍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28일부터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해 농업 부문 피해예방대책을 추진 중이다. 비닐하우스 결박, 과수 가지묶기, 방풍망 점검 등 강풍 피해 예방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상습 침수지역 배수장은 가동태세를 유지하며 배수로 사전 관리에도 들어갔다.
아울러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1일 태풍 영향권에 드는 강릉과 평창의 배추·무 밭을 방문해 산지작황을 점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행히 ‘마이삭’이 관통하는 영남지역에는 채소 주산지가 많지 않으며 출하가 임박한 채소 주산지 역시 강원도에 몰려 있다”면서 “하지만 태풍의 경로가 내륙 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 역시 우려되고 있다.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은 사과와 배 피해를 어느 정도 선에서 막아낼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제10호 태풍 ‘하이선’ 북상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 1일 괌 북쪽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하이선이 북상하면서 7일에는 일본 가고시마에 상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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