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곳곳서 완충녹지 등 개간… 채소 기르는 개인텃밭으로 사용
영농 시작되는 봄이면 다툼 잦아져
구청 “현재 인력으론 단속 어려워”
텃밭분양 등 양성화 대안 모색해야
“당신 땅도 아닌데 왜 주인 행세를 합니까?” “6년 전부터 제가 이곳 쓰레기도 치우고 돌도 치우고 해서 밭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작물을 심고 있으니 내가 주인이죠.”
지난달 말 대전 유성구 지족동 한화꿈에그린아파트 1단지 담장 주변. 아파트와 주변 사유림 사이 도로변의 완충녹지(유성구 소유)에서 70대 여성과 60대 남성이 작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7년 전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생긴 완충녹지를 일부 주민들이 텃밭으로 개간해 경작하면서 생긴 다툼이다. 사용 자체가 불법이다.
이곳의 완충녹지는 폭 2∼3m, 길이 100여 m 규모. 일부 주민들은 돌과 자갈로 경계를 만들고 자신들의 ‘영역’임을 표시한 뒤 각종 채소를 기르고 있다. 대개가 자투리 텃밭을 일궜지만 일부는 60∼90m²(약 18∼27평) 규모의 비교적 큰 땅을 선점했다. 텃밭 주변에는 각종 농기구와 비료포대, 양동이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법 위반 행위로 과태료 10만 원 부과 대상이지만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대전도시철도 반석역 S아파트 주변도 마찬가지. 도시공원에서의 불법 경작 및 점용을 금지하는 안내팻말이 세워져 있음에도 팻말 주변에서는 버젓이 경작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십 평씩 고구마 등 단일작물이 심어져 있는 것으로 미뤄 개인이 대량으로 점용한 흔적도 있다.
시민들의 쉼터인 갑천∼월평공원 구간에서는 취사 및 취식 흔적은 물론이고 개집까지 만들어 놓기도 했다. 컵라면, 음료수, 커피 등을 파는 천막도 있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재의 구청 인력으로는 단속이 어렵다. 민원 등의 제기가 있을 때에만 현장에서 확인 후 조치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선제적 단속은 어렵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원신흥동 작은내수변공원 인근 불법 경작 행위를 적발해 복구한 사례는 있으나 과태료 부과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덧붙였다.
도심공원 내 불법 경작은 농약 및 화학비료, 폐비닐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및 경관 훼손을 유발하지만 무엇보다 주민 갈등 유발의 화근이 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영농이 시작되는 봄만 되면 곳곳에서 “내가 먼저 ‘찜’했으니 내 땅이다”, “불법이니 신고하겠다”는 말다툼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노은동 해랑숲마을 주민 A 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70대 부부가 근처에 텃밭을 꾸며놓고 마치 자기 땅인 양 산책로로 가는 길도 막아놓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방울토마토 한두 개 따 먹은 일이 ‘절도 사건’으로 비화한 적도 있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현대인들이 도심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지역을 시범적으로 양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한화꿈에그린아파트 주변에서 말다툼을 벌었던 70대 여성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마다 주민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구에서 우선 원상복구하고 해마다 봄에 일정 사용료를 받아 골고루 분양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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