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파도는 처음 겪어 봤습니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폭우가 쏟아진 3일 강원지역 곳곳에는 마이삭이 할퀴고 간 자국들로 처참했다.
전국이 태풍 마이삭의 영향권에 들었지만 특히 이날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던 동해안은 피해가 컸다.
강원 동해안 남부인 삼척 임원항 일원은 2겹인 방파제를 넘을 정도의 엄청난 파도로 쑥대밭이 됐다.
파도는 당시 임원항에 정박돼 있던 어선 20~30척을 덮쳤다. 공식적으로 이 중 총 4척이 전복됐지만 임원지구 한 주민에 따르면 16척이 침몰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방파제를 넘은 바닷물은 결국 임원 시가지로 밀려 들어와 임원항 상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임원지구 몇몇 주민들은 전날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걱정이 돼 밤새워 현장을 지켜봤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쯤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됐고 이후 5시쯤 엄청난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전날 어선을 미리 묶어두는 등 대비를 했지만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임원지구 번영회장인 박금식씨(59)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살면서 이런 파도는 처음 겪어 본다”며 “루사, 매미 때도 파도가 이렇게 치지는 않았는데 방파제를 넘어 잠길 정도의 파도는 정말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삼척시에 따르면 이 외에도 관내에서 장미공원, 삼척중학교, 주택 등이 침수됐으며 남양동 119세대가 정전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곳곳 도로가 침수되고 캠핑카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현재 정확한 피해 수치는 집계 중이다.
강릉도 태풍 피해가 심각했다. 시에 따르면 총 88건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주택침수 23건, 상가침수 3건, 농경지 2건, 차량침수 2건 등 총 31건의 사유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단순도로침수 41건, 토사유출 5건 등 총 57건의 공공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일 밤에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강릉의 한 대학교 기숙사 지하가 침수돼 정전이 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세탁기가 멈춰 손빨래를 하는 학생도 있었다.
또 옥계면 낙풍1리에서는 태풍으로 산사태가 우려돼 80대 노인이 타지역의 여동생 집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시간당 최대 125㎜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양양에서도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접수된 신고는 도로 침수·유실 248건, 상수도 관련 9건, 하수도 역류 등 3건, 하천 유실·범람 5건, 주택 침수 43건, 차량 침수, 축사 침수, 캠핑장 침수 등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정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 하천인 광정천, 장승천, 해송천이 범람될 위기에 놓이자 주변 마을 주민 292명(현재 더 집계 중)이 대피하기도 했다.
광정천 인근 마을인 하광정리 이장인 오재남씨(54)는 “하광정리 발개미 마을은 침수가 돼 주민들을 빠르게 대피시켰다”며 “루사, 매미 때는 오랜 시간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이번에는 그때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일 0시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미시령 496㎜, 진부령 491.2㎜, 향로봉 478.5㎜, 양양 333.5㎜, 강릉 231.4㎜, 고성 230㎜, 속초 211.5㎜, 태백 201.2㎜, 삼척(근덕) 116㎜ 등이다.
최대순간풍속은 미시령 42.8㎧, 설악산 41.4㎧, 강릉(연곡) 24.2㎧, 고성(현내) 23.8㎧ 등을 기록했다.
2~3일 태풍으로 인한 강원도 내 소방활동 실적(오후 4시 기준)은 346건이다.
현재 강수 강도는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산지 등에서 최대 풍속 35㎧의 강풍이 불고 있고, 마이삭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태풍 하이선은 7일 부산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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