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변론 종결 전 재판부와 질답
김경수 "지지자 만남, 정치에 불가피"
"드루킹 문자들, 일일이 확인 안했다"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3)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재판부의 질문에 “드루킹 김동원씨가 자신의 이익과 조직을 위해 저를 활용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토로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3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2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기에 앞서 김 지사에게 직접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로 김 지사 사건을 새롭게 담당하게 된 함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바뀐 이래로 전혀 못 들어 피고인한테 몇 마디 물어볼까 싶다”며 “피고인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어떻게 인식했나”고 물었다.
김 지사는 “온라인 지지모임 중에 이런 모임도 있구나 했다”며 “다만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 전문적인 내용을 얘기하고, 같이 만난 사람 중에 전문 직종도 있어 정책을 매개로 온라인 모임을 하는 독특하지만 바람직한 모임 행태 아닌가 정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조직적으로 한다는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고, 불법적인 기계 동원을 했다고 저한테 설명했다면 당연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문가와 상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부장판사가 “자주 만난 건 정치인과 지지자 만남을 벗어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김 지사는 “두 분 대통령을 특히 가까이 모셔서 지지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찾아왔고 물리칠 수 없었다”며 “정치를 하게 되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또 “드루킹 김씨가 평소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는 어땠나”는 질문에 김 지사는 “겸손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자기 주장이 강한 것 같았다”며 “앞에서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행동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직 추천 이유를 묻는 말에 김 지사는 “다른 모임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꽤 있었고, 그중 하나”라며 “정부가 성공하려면 널리 인재를 모으고 추천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했다. 추천한다고 임명되는 게 아니라 검증하는 건 청와대 몫”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본 센다이 총영사를 추천한 것인지, 제안한 것인지에 대해 김 지사는 “오사카 총영사의 경우 대사급이라 외교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했고, 센다이 총영사의 경우 검토해볼 수 있다고 의견을 줘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함 부장판사가 “온라인정보보고를 확인한 걸로 돼 있는데 다 본 건가”라고 묻자 김 지사는 “대선 때 두 개의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특히 선거 시기에는 지지자들이나 온라인 모임이 정말 많은 문자를 보낸다. 그걸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변인까지 맡아 기자 연락받고 응대만 해도 하루종일 벅찼지만, 계속 보지 않고 쌓아두면 보낸 분들이 서운해한다. 한번 열면 사라지니 그렇게 확인한 것”이라며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하면 대변인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함 부장판사가 “2018년 2월9일 텔레그램의 기존 대화방을 왜 삭제했나”고 질문하자 김 지사는 “이상한 사람이라 하고 지우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지운 것이라기보다는 대화방을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드루킹 김씨와의 사이에 디지털 증거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 김 지사는 “지나서 돌아보니 드루킹 김씨가 자신과 조직의 여러 이익을 위해 저를 활용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대답했다.
또 “제가 사람을 못 알아봤다는 자책도 있지만, 한편으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미리 관계를 차단할 수 있을까에 자신이 없다”며 “여러 남아있는 기록은 김씨가 제게 적극적으로 대시했다는 걸 증명하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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