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결혼식 관련 분쟁 급증… 전주시-소비자단체, 문제해결 나서
7개 예식업체와 ‘상생협약’ 체결, 보증인원 줄여 예비부부 부담 덜어줘
박모 씨(55)는 3월에 자녀 결혼을 위해 예식장을 예약했지만 9월로 결혼식을 미뤘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하객들이 예식장에 몰리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차곡차곡 결혼식을 준비해온 박 씨 가족에게 또다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정부의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도 강화돼 50인 이상이 모이는 실내 결혼식을 할 수 없게 됐다.
박 씨는 도저히 결혼식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다시 한번 연기를 마음먹었다. 하지만 예약을 옮기는 일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예식장은 3월에 연기할 때와 달리 160여만 원의 위약금을 요구해 왔다. 박 씨는 재난 상황과 다름없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위약금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에 소비자단체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을 준비하던 예비부부와 예식업계의 분쟁이 크게 늘자 전북 전주시와 소비자단체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3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1∼8월 결혼식 관련 소비자상담 22건이 접수됐다. 코로나19로 예약을 미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이 대부분인데 지난달에만 10건이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와 소비자정보센터가 최근 지역 예식업계의 통 큰 양보를 얻어냈다. 분쟁 해결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적이지만 예비부부와 그 가족들의 금전적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김보금 소비자정보센터 소장, 지역 내 주요 7개 예식업체 대표는 2일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예식장 이용 관련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전주 지역 예식장 11곳 가운데 아름다운컨벤션과 그랜드힐스턴, 더케이웨딩홀, 엔타워컨벤션, 오펠리스웨딩홀, 라한호텔, 웨딩의전당 등 7곳이 참여했다.
이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간에 진행되는 예식에 대해서 최소 보증 인원을 40∼50%까지 줄여주기로 했다. 하객이 오지 않더라도 예비부부가 짊어져야 했던 예식비용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덜어준 셈이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기간에 결혼식을 예약해둔 예비부부가 연기를 요청할 경우에는 내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위약금 없이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전주시와 소비자정보센터, 예식업계는 협약사항이 잘 지켜지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결혼식 관련 분쟁을 중재하기 위한 ‘전주 예식 민원 중재센터’도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신명애 전주시 여성가족과장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예식업계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통 큰 양보로 예비부부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며 “예식업계와 예비부부 모두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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