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전문가들 새로운 방안 제안
“전염병 상황 심각한 나라와 함께 빈곤 국가에 배분 우선권 줘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백신 개발과 함께 분배 방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각국에 필수 접종 분량을 균등하게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 논의되는 가운데 보건 전문가들이 희생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백신 분배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세계 보건전문가 19명은 “코로나19 조기사망률을 최소화하고 빈곤 국가와 상황이 심각한 나라에 우선권을 주는 새로운 배분 방식이 필요하다”는 정책 제언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일 자에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0여 개국이 가입한 백신 공유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와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논의 중인 백신 분배안은 고소득 국가를 통해 재정을 확보한 뒤, 백신이 개발되면 이를 구매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각국은 인구의 최대 20%까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을 확보해 의료진과 노약자 등에 우선 접종한 뒤 개별적으로 추가 백신을 확보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각국에 일률적으로 배분한다는 WHO의 분배 정책은 상황이 다른 국가를 똑같이 취급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의료 시스템 붕괴 등으로 발생할 사망자수를 정교하게 예측해 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백신을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2단계로 경제와 빈곤 문제에 직면한 곳에 우선권을 주고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전파가 빠른 국가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각국이 백신을 노인과 의료진 등에 먼저 배분하는 정책에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저소득 국가는 노인 비율이 낮아 감염 확산 기여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의료진은 이미 개인 보호 장구를 갖춰 피해를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각국의 현실과 백신의 안전성, 효과, 정치 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이번처럼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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