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해고자 노조 장악… 무리한 요구 할수도”
ILO 비준안 등 국회통과 앞둬
경영계, 강성노조 출현 가능성 우려
고용노동부가 7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통보한 ‘법외노조’ 행정처분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3일 경영계는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돼 추진되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직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7월 국무회의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안 3건을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다. ILO 핵심협약 3건은 △강제 또는 의무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것이다. 협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노동조합법 등 ILO 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미리 정비하기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회로 보내 놓은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교조처럼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일반 기업 노조가 해고된 직원을 노조원으로 둘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제출돼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5급 이상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전례 없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는데 ILO 핵심협약 비준과 연계된 법안들마저 국회를 통과하면 경영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직자,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복수노조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산업계는 ‘강성 노조’ 출현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해직자들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이들이 노사 교섭에 나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고용부는 “교섭권을 정당하게 위임받은 사람이라면 해고자 노조원도 임·단협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노조를 장악한 뒤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며 “강성노조 활동이나 근무태만 등의 사유로 해고된 이들이 복직을 전제로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연계돼 있는 해고자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문제는 국가적으로 경제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도록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국회로 보내 놓은 노동관계법 개정안들은 20대 국회였던 지난해 10월에도 제출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 만큼 정부는 올해 안에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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