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하면 뭐하노 또 태풍오는데”…울산 피해지역 주민 ‘막막’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5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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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농소1동 주민들 '하이선' 북상에 노심초사
5일 비오는 궂은 날에도 피해 복구에 구슬땀

“아이고 복구하면 뭐 합니까. 낼 모레 또 태풍 온다는데…막막할 뿐입니다.”

비가 내리는 5일 오후 울산 북구 농소1동 농소중학교 뒷편 마을은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지 사흘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엄청난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이 마을 주민들은 제10호 ‘하이선’ 북상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폐공장 철거 현장 앞에서 만난 김모(76) 할아버지는 연신 움직이는 굴착기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폐공장 철거도 못했고, 부서진 집들도 고치려면 한참 시일이 걸리는데 또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있느냐”며 “집 안에 가만있자니 불안해서 나와 봤다”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 마을은 지난 3일 새벽 태풍 마이삭으로 강풍이 몰아치면서 인근 폐공장에서 날아간 대형 철제 패널 지붕이 10여 가구를 덮쳐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폐공장과 불과 3m 떨어진 2층짜리 단독주택은 철제 패널이 완전히 덮어 옥상 난간, 계단 등이 부서졌다.

또 다른 주택은 전신주가 담벼락을 뚫고 집 안쪽까지 깊숙이 박혔다. 폐공장 담벼락과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주차된 SUV 차량도 파손됐다.

피해를 입은 이 마을 또 다른 주민은 “집이 부서지면서 흙이나 돌 같은 잔해들은 다 걷어냈지만 지붕, 계단 등 큰 공사는 아직 남았다”며 “복구를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태풍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거 복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날 주민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돌, 철근 등 폐공장에서 날아온 잔해 등을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한전에서도 직원들이 나와 태풍 하이선에 대비해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전신주 보수 공사 등을 진행했다.

한편 태풍 ‘하이선’이 방향을 동쪽으로 틀면서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는 우려는 덜었지만 지리 여건상 동해안에 위치한 울산지역은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께 하이선이 초속 56m의 초강력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태풍이 우리나라 인근을 지나는 7일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40m대인 매우 강한 혹은 강한 태풍으로 위력이 다소 누그러진다.

기상대 관계자는 “태풍이 동해안으로 약간 방향은 틀었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으로 오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며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안전 관리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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