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법률로 규율해야 할 사항을 정부가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입법권의 침해이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법원의 책무다.”
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61·사법연수원 14기)은 지난달 말 출간한 ‘공화국과 법치주의’란 책으로 퇴임사를 갈음하면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권 대법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퇴임식을 고사하면서 별도의 퇴임사를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이 참여했던 대법원 판결 100선을 정리한 저서를 통해 35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와 철학을 밝혔다. 권 대법관은 “특히 올해 대법원에서 했던 판결은 자신의 퇴임사라고 생각하며 글자와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권 대법관은 책에서 “공화국은 권력이 분립되어야 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시민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정신을 판결에 담아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권 대법관은 법원과 검찰의 개입이 자제돼야 한다는 사법 자제의 철학도 강조해왔다.
권 대법관은 이달 말 겸직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다. 2023년 12월까지인 임기 6년을 채우지 않고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긴다. 권 대법관은 21일 위원회 회의에서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인사를 단행한 후 물러난다. 권 대법관은 주변에 “모든 공적인 책임에서 물러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선임 대법관이 맡는 것이 관례이며 국회 인사청문회와 선관위 내부 호선 절차를 거치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