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서 독립 20가구 엄마처럼 돌본 36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3시 00분


서울시 복지상 10팀 선정
‘동천의집’ 근무 정현숙씨 대상… 병 치료-육아 등 자립 도와줘
노후주택 가스점검 홍경석씨, 13년간 1만5085시간 봉사활동


“결혼을 하며 시설을 떠나는 분들에게 계속 마음이 쓰였어요. 이들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며 자립할 수 있게 어려울 때 조금씩 도움을 준 게 전부예요.”

서울 노원구 장애인생활시설 ‘동천의집’에서 근무하는 정현숙 씨(60·여). 정 씨가 동천의집과 인연을 맺은 건 1984년부터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대다수는 부모가 없다. 결혼을 해서 시설을 나갈 경우 자립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이런 장애인 부부들을 위해 정 씨는 그들의 자녀 눈 수술이나 신장병 치료를 지원했다. 맞벌이로 육아가 어려운 자녀를 대신 맡아주기도 했다.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결혼한 20가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현재 시설 이용자들도 자립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부모도,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자립한 이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시설”이라며 “퇴소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는 모습에 지금 시설에 있는 분들도 ‘형, 언니처럼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정 씨는 7일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받았다. 2003년 제정된 서울시 복지상은 이웃사랑을 실천해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과 단체를 선정한다. 매년 개인 또는 단체 10팀을 선정해 17년간 170팀에 상이 돌아갔다.

자원봉사자 분야 최우수상은 강동구에 사는 홍경석 씨(73)가 받았다. 홍 씨는 한국가스안전공사 퇴직 후 2008년부터 13년간 4182회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가 봉사활동으로 보낸 시간만 1만5085시간에 이른다. 처음에는 근무 경력을 살려 홀몸노인과 장애인이 사는 노후주택을 돌며 가스안전차단기를 설치하거나 누출 여부를 점검하는 일을 해왔다. 이후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등의 기술을 배우고 요양보호사 및 목욕봉사 자격증도 땄다. 봉사활동을 펼치는 무대도 더욱 넓어졌다. 어린이집이나 병원의 어린이병동에서 풍선아트를 선보이고, 지역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홍 씨는 “봉사를 시작한 그 순간이 내게는 제2의 인생 출발점”이라며 “힘이 닿는 데까지 2만 시간, 3만 시간의 봉사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인 심희경 씨(50·여)는 복지종사자 분야 최우수상 수상자로 뽑혔다. 심 씨는 인형극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포용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장애를 가진 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아이마루 놀이터’, 지역주민과 발달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밥상’ 모임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심 씨는 “장애인은 누구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인격체”라고 설명했다.

복지후원자 분야 최우수상은 롯데물산 샤롯데봉사단에 돌아갔다. 이들은 2015년부터 송파월드 장학재단 지원, 청소년센터 건축, 노후 경로당 개보수 등 총 318억 원 상당의 기부를 진행했다. 송파구의 모범택시기사, 송파노인복지관 생활관리사 등과 협업해 송파구에 거주하는 홀몸노인들에게 생활용품을 전달하는 활동도 펼쳤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전통시장 방역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상식을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온정을 나누며 지역사회를 빛내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시 복지상#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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