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료계 갈등]당시엔 실기 없이 필기시험만 치러
실기는 과정 복잡… 연기 쉽지 않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으로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거부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의대생들이 단체로 국시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정부의 의약분업 도입 방침에 의료계 전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생들은 2001년 1월로 예정된 국시를 거부했다. 대상자 3120명 중 265명만이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90%가량이 시험을 치르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다행히 2000년 12월 정부와 의료계가 약사법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의약분업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시 일정을 1월에서 2월로 한 달가량 미루고 추가로 원서를 접수했다. 문제는 20년 전과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2000년에는 국시가 필기시험만 치러졌다. 필기시험은 단 이틀 동안 치러지기 때문에 시험을 늦춰도 큰 혼란이 없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실기시험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현행 실기시험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학교별로 날짜와 조별 인원을 정해주면 하루에 2, 3개 조가 시험을 치르는 식이다. 채혈이나 촉진 등 실무능력을 현장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일정을 늦추는 게 간단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예정대로 응시한 다른 의대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실기시험을 8일부터 시작해 35일간 실시할 방침이다. 국시 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설령 의대생들이 추후에 입장을 바꾼다 하더라도 내년 1월로 예정된 필기시험 전까지 미응시자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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