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다녀오면 의무적으로 2주 동안 자가격리하게 돼 있지 않나요? 아침마다 ‘안 다녀왔다’고 체크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강원 원주에 사는 고3 수험생 조모군(18)은 매일 아침 등교하기 전 온라인으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에 참여하면서 “형식적인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변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열이 나는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지, 최근 14일 이내에 본인이나 동거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동거 가족 중 자가격리자가 있는지 등 질문에 대해 답변하게 돼 있는데 무의식적으로 모두 ‘아니오’(발열 여부는 ‘37.5도 미만’)에 체크하고 등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20일 고3부터 순차적인 등교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학교 방역을 강화할 목적으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도입했다.
학교에서 발열 확인, 마스크 착용, 손소독 등 방역관리가 이뤄지지만 등교 전 한 번 더 점검하자는 취지다.
원래는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참여하게 했지만,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 7일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모바일로 참여하도록 바꿨다. 매번 학교, 이름, 생년월일 등을 입력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사라져 편의성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이 시작된 지 4개월 가까이 지났는데도 조사 문항은 초기에 의심증상 항목 중 ‘설사·메스꺼움’을 제외하고 ‘오한·근육통·두통’을 추가한 뒤로 바뀐 것이 없다. 최신 감염병 상황을 반영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5개 문항 가운데 2개 문항을 차지한 해외여행 여부도 이미 정부가 지난 4월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관리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6학년 학부모 조모씨(40·여)는 “요즘에 코로나19 관련 안전안내문자를 수시로 보내주지 않느냐”며 “거주 지역 인근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확인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무증상 감염 비율이 높기 때문에 학교 방역 강화라는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감염병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기계적인 답변 가능성이 높은데도 매일 자가진단하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최근 생활체육시설을 이용했는지, 다수가 모인 사적 모임을 했는지, 집단감염 장소를 방문했는지 등 감염병 상황과 관련해 항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앱에서 구현할 수 있는 항목이 7개 정도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서 정한 것”이라며 “다만 감염병 상황을 고려해 항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한 번 더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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