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KBS 보도에 영상 제보한 변호인
'고양 저유소 화재' 외국인, 경찰 조사 영상
윽박지르는 장면 담겨, 강압수사 의혹 받아
기자는 '불기소'하고 제보자는 '기소' 의견 내
변호인 "검찰에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은 것"
고양 저유소에 풍등을 날려 불을 나게 한 외국인 근로자가 경찰에서 강압수사를 받았다며 관련 영상을 제보했던 변호인에게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모자이크 없이 조사 영상을 공개해 현장에 있던 경찰관의 신상이 노출됐다는 이유다. 변호인은 강압수사를 없애자는 취지로 경찰이 직접 찍는 영상을 제보한 게 문제냐며 반박하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가 제보한 영상을 보도한 KBS 기자와 임원들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5월17일 KBS의 <윽박지르고 유도심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수사’> 보도에 나온 영상을 제보한 인물이다.
당시 영상에는 2018년 10월7일 풍등을 날리다 경기도 고양 저유소에 불이 나게 한 외국인 노동자 A(29)씨의 경찰 조사 과정이 담겼는데, 경찰이 A씨에게 윽박을 지르는 등의 정황이 담겼다. 여기에는 조사를 받는 A씨와 변호인의 앞모습과 조사 중인 경찰의 뒷모습, 목소리가 들어갔다.
이에 영상 속 경찰 수사관은 해당 보도를 낸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해 올해 5월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관은 다시 최 변호사까지 포함해 KBS 기자 및 임원진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번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고소 건에 대해 경찰이 최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경찰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죄명은 바꿨지만, 두번째 고소에도 ‘명예훼손’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먼지털이식으로, 명예훼손 아니니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까지 수사하는 게 부당하다고 봤다”면서 “게다가 제보자만 혐의를 적용하고, 언론사는 혐의 적용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보자가 영상 제보 때 모자이크를 해야 하나, 그러면 언론사가 당사자 확인을 어떻게 하느냐”고 덧붙였다.
또 관련 법령에 따라 촬영된 영상 속 경찰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가 일반인의 개인정보처럼 보호를 받는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제보한 영상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이 촬영한 영상을 검찰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은 것”이라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방지하려고 찍는 영상을 공개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가”라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 진술은 녹화할 수 있으며, 경찰은 이 사실을 피의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한편 최 변호사는 이 영상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미 인권침해 진정을 내 올해 5월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받아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 속 수사관이 본인의 의지대로 고소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영등포경찰서의 결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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