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두 아들에게 추미애 법무부장관처럼 ‘부모 찬스’를 주지 못할 게 분명해서 벌써부터 미안합니다.”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복무 관련 의혹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며 20, 30대 젊은층에서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특혜 논란을 비꼰 ‘아빠 찬스’에 빗댄 ‘엄마 찬스’란 말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부모나 가족들의 성토가 컸다. 8일 온라인에서도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이 내내 화제였다. 서울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이모 씨(33)도 추 장관 관련 기사를 접하며 자격지심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봐야겠지만,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아니라면 이런 특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언젠가 커서 입대할 아들들에게 이런 특혜를 주지 못할 테니 괜히 속이 상한다”고 분노했다.
최근 남동생이 제대한 이모 씨(25)도 추 장관으로 인해 속상한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씨에 따르면 동생이 부대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했는데 여러 차례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 씨는 “부대 이동을 백방으로 부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 가족이 힘이 없어 동생 하나 지켜주질 못했다”고 한탄했다.
서 씨처럼 카투사로 복무했던 예비역이나 현재 복무 중인 군인들도 반감을 드러냈다.
서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박모 씨(26)는 “서 씨는 외박이나 휴가 미복귀 문제로 다른 부대에도 소문이 날 만큼 유명했다”며 “같이 복무한 동료로서 부끄럽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투사 출신인 이태영 씨(29)는 “솔직히 다른 한국 군인들에 비해 일 부담이 적고 편하게 군 생활하는 편이다”며 “카투사로 복무하는 자체가 이미 큰 혜택을 받은 건데, 편법과 부정청탁까지 이뤄졌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고 있는 이모 씨(22)는 “사실 군대에서 제일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가 보직과 휴가”라며 “여당 정치인 아들이라고 편의를 봐준다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현직 군인 모두가 엄청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카투사에서 복무했던 예비역들은 서 씨의 변호인이 “육군과 카투사의 규정이 다르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 유독 기분나빠했다. “카투사에 대한 자부심이 이번 사건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투사전우회 소속인 A 씨는 “카투사 병사 휴가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로 들리지 않느냐”며 “(변호인 측 해명이) 법리적 해석을 앞세워 서 씨의 휴가 미복귀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인 권모 씨는 “이번 사건은 입대한 아들까지 챙기려드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부모’의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반응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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