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역사 공사 현장. 현재 공정은 70.1%이며 내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대구 서구 제공
대구 지역의 신성장동력과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된 서대구 역세권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유통업계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민간 개발 사업자 유치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특히 유치 희망 시설인 명품 아웃렛 유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서구 이현동에 들어설 고속철도(KTX) 서대구역사를 중심으로 54만 m² 규모의 부지에 대해 민간 투자 방식의 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민간 유치를 통해 역세권을 유통·상업·문화 복합시설로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5월 22일 서울에서 기업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가진 후 21개 기업으로부터 참여 의향서를 받았다. 이 가운데 대기업도 3곳 이상 포함돼 있어 이후 투자 열기가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분위기는 식어가고 있다.
대구시는 14일까지 기업들로부터 사업제안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8일 현재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지자체에 제안서를 낼 때는 기한 마지막 날쯤에 제출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역세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을 이유로 제출 기한을 다음달 14일까지로 연장했다.
대구시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유통업계가 심각한 불황 속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소비경기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오프라인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추세가 확산되면서 유통업계는 긴축 경영 체제로 돌아서고 있다.
대구 지역 주요 마트도 폐점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 수성알파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복합쇼핑타운 롯데몰의 착공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2014년 땅을 매입한 업체 측은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축소한 것에 이어 6년째 착공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서대구 역세권에 타 지역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앵커시설(신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족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방안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는 명품 아웃렛이나 글로벌 가구 기업인 이케아(IKEA) 등을 유치하는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최근 경북 경산에서 대구경북 첫 명품 아웃렛 개발 사업이 확정되면서 사실상 명품 아웃렛 유치는 불가능해졌다. 경산시는 최근 ㈜신세계사이먼 측과 투자 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신세계사이먼 측은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17만7000m² 부지에 국내외 200여 개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는 프리미엄 아웃렛을 건립하고 2023년 말 오픈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아웃렛은 한 지역에 두 곳이 입점하는 사례는 없다. 경산에 입점이 확정된 만큼 서대구 역세권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역세권 개발이 난항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대구역 건립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정 70.1%이며 내년 6월 준공 후 하반기에 개통할 예정이다. 서대구역 개발 호재로 조성된 주변 신축 아파트들도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서대구KTX 영무예다음은 조기 분양으로 마무리됐고, 지난달 1순위 청약이 진행된 서대구역 서한이다음 더 퍼스트는 1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높은 기대감과는 달리 투자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서대구 역세권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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