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문섬 ‘수중로프 철거’ 통보에 다이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9일 03시 00분


세계유산본부 “문화재 보존 위해 무허가 로프-고정시설 철거 예정”
다이빙업계 “문섬 일대는 ‘성지’… 다이버 안전 위해 반드시 필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인 제주 서귀포시 문섬과 범섬 일대 수중에 설치된 안전로프에 의지해 다이버들이 이동을 하거나 감압을 하고 있다. 문화재구역에 무허가로 설치됐다는 이유로 제거될 예정이어서 다이버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수중레저협회 제공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인 제주 서귀포시 문섬과 범섬 일대 수중에 설치된 안전로프에 의지해 다이버들이 이동을 하거나 감압을 하고 있다. 문화재구역에 무허가로 설치됐다는 이유로 제거될 예정이어서 다이버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수중레저협회 제공
세계적인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인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 남쪽 문섬 및 범섬 일대 수중에 설치된 수중로프와 고정시설이 철거될 예정이어서 제주지역 다이버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달 28일 제주지역 다이빙 업체에 공문을 보내 문화재의 보존 관리를 위해 무허가로 설치된 수중로프 및 고정시설을 철거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수중로프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이 제기돼 현장 답사를 벌인 결과 문섬 및 범섬의 해저에 수중로프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 공문에서 문화재 구역에 수중로프를 설치하려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무허가로 설치됐다고 밝혔다. 문화재보호법을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제주지역 다이빙 업계는 반발이 거세다. 제주수중레저협회 관계자는 의견 제출 마감 시한인 7일 세계유산본부를 방문해 수중로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문섬과 범섬 일대는 초보나 아마추어 다이버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입수하고 출수하는 과정에서 수중로프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수중로프가 없다면 조류에 떠밀려 다이버가 먼바다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문섬 수중로프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유어어선협회와 다이빙 업계가 논의를 거쳐 30년 전에 설치했으며 길이는 120m가량이다.

수중로프는 2005년 서귀포항 남방파제 확장 공사 이후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게 다이빙 업계의 주장이다. 확장 공사로 남방파제가 기존 240m에서 370m로 늘어나면서 조류가 거세지는 등 수중에 변화가 생겼다. 특히 밀물에 바람이 불면 조류가 더욱 강해져 전문 다이버조차 입수했던 장소로 되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한다.

수중로프는 초보 다이버들이 해저에서 해상으로 나올 때 잠수병 예방을 위해 수중 3∼6m 깊이에서 일정 시간 정지하며 감압을 하는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수중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때도 안전에 필요한 장비다.

서귀포시 다이빙 업체 관계자는 “수중로프가 없으면 조류에 떠밀려가는 다이버가 긴급하게 산호나 해조류를 잡으면서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중로프는 수중생물 훼손 예방이나 다이버 생명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섬 및 범섬은 조면암으로 구성된 섬 전체에 암석이 규칙적으로 갈라진 주상절리가 수직으로 발달했다. 파도 침식으로 생긴 절벽과 동굴 등 경관이 수려하다. 희귀종인 후박나무와 한국 특산 해산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2000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1호)으로 지정됐다.

특히 수중에 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등 연산호 군락(천연기념물 제442호)이 돌산호류, 각산호류, 해면생물 등과 어울려 화려한 ‘수중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문섬 일대는 다이버라면 누구나 찾는 스쿠버다이빙의 ‘성지(聖地)’로 여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국이 막히면서 다이버들의 방문이 급증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된 내용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여러 의견을 검토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서귀포#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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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0 00:01:21

    안전을 위해 설치하고 문화재 보호 사용료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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