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42% 늘어난 질병관리청…가을은 정은경 초대청장에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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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9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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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출범 16년 만에 보건복지부 독립외청으로 승격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될 때까지 국내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라는 인사권자 뜻이 담겼다.

초대청장으로 정은경 현 본부장을 승진 임명한 것도 조직 내 혼선을 최대한 줄이고 방역 연속성을 이어가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정은경 청장 앞에 놓은 방역 과제는 산더미다. 더욱이 대유행 경고가 나오는 올 가을은 정 청장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예산·인사·조직 독자권한 확보…한국판 CDC 되려면 먼 길

질병관리청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벤치마킹한 조직이다. 코로나19 등 글로벌 감염병 문제에 대응하려면 권위와 전문성을 확보한 CDC에 준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CDC는 지난 1946년 말라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탄생한 전염병센터를 시작으로 현재는 예산 70억달러(약 8조4630억원), 1만1000여명의 전문가와 직원을 거느린 거대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 CDC는 지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때도 대응책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글로벌 대응을 주도했다.

질병관리청은 외견상 질병관리본부 때보다 몸집을 키웠다. 또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원을 907명에서 1476명으로 늘린다. 이 중 재배치를 제외한 순수 증원 인력은 384명이며, 기존 인력의 42% 규모다. 예산과 인사, 조직 관리에서도 독자적인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 예산안과 5급 이상 인사권은 복지부가 쥐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은 청장과 차장을 포함해 5국 3관 41과 총 1476명(본청 438명, 소속기관 1038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조직 구성은 Δ감염병정책국 Δ감염병위기대응국 Δ감염병진단분석국 Δ의료안전예방국 Δ만성질환관리국 등 5국과 Δ위기대응분석관 Δ기획조정관 Δ건강위해대응관 등 3관 형태를 갖췄다.

수도권·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 등 5개 권역별로 질병관리청 산하 질병대응센터도 구축한다. 총 155명 규모다. 감염병 대응 전담기관인 질병관리청 본청은 감염병 발생 감시부터 조사·분석, 위기대응·예방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감염병관리센터는 감염병정책국으로 재편해 감염병 관련 법령과 정책·제도를 총괄하며, 긴급상황센터는 감염병위기대응국으로 재편한 뒤 감염병 치료병상 및 비축 물자 확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독립기관 외형을 갖추게 됐지만, 코로나19 특성상 복지부와 긴밀한 협업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질병관리청에 남은 만큼 코로나19 외에도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이자 연구조직에 걸맞은 기능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에만 집중한다면 청으로 승격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명실상부한 국내 질병 분야 컨트롤타워로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정은경 청장, 메르스 이어 코로나 선봉장 역할…백신 확보 등 과제 많아

광주광역시 출신인 정은경 질병관리청 초대청장은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나와 서울대에서 석사(보건학)·박사(예방의학)를 받았다. 1995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들어선 뒤 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020년에는 코로나19 선보장 역할을 맡았다. 5년 전 질병예방센터장에서 현재 차관급인 본부장, 오는 12일에는 질병관리청 초대청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권한과 자율성이 커진 만큼 정은경 청장와 질병관리청 어깨는 한층 무거워졌다. 당장 9월 말 추석연휴를 앞두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함께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단계)를 오는 13일까지 유지한다. 전국에 적용하는 거리두기 2단계는 20일까지 이어진다. 그 여파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주 말까지는 일일 확진자 규모를 100명 미만으로 줄이고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국에 적용하는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는 것도 과제로 떠안았다.

정은경 청장은 오는 30일부터 최장 5일간 이어지는 추석연휴 기간에 유행을 억제하고, 인플루엔자(독감) 유행과 맞물려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방역 활동을 총괄해야 한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최대 위험요인으로 가을철 대유행을 지목하고 있다. 추석 방역에 실패하면 가을 대유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산품 개발, 해외 제품의 특례수입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전 국민이 안전하게 접종을 마치는 것도 정은경 청장과 질병관리청에 떨어진 특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빠르면 2021년 추석명절 이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백신 확보 이후 접종 우선순위, 부작용 관리 등도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논란 끝에 질병관리청 산하 조직으로 남은 국립보건연구원을 명실상부한 R&D 조직으로 육성하는 것도 과제다. 앞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6월 브리핑에서 “연구원은 우리나라 생명의·과학 분야 R&D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감염병 치료제 ·백신뿐만 아니라 만성질환과 유전체, 빅데이터, 디지털 치료제에 이르는 분야를 연구해야 하며, 지금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이처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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