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의 한 축사에서 주인 양모 씨(69)가 쌍둥이 암컷 송아지를 보고 미소를 띠었다. 쌍둥이 송아지의 5년생 어미소는 지난달 8일 집중호우로 섬진강 강물이 범람하자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가 사흘을 버텼다. 어미소는 물이 빠질 때까지 사료와 물을 먹지 못했다.
지난달 10일 마취 총에 맞고 땅으로 내려온 어미소는 다음 날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 이후 어미소가 기운을 차리지 못해 젖을 먹지 못한 쌍둥이 송아지는 폐사할 위기에 놓였다. 양 씨 부부가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최근 어미소와 쌍둥이 송아지 모두 기운을 차렸다.
양 씨가 키우던 소 280마리 가운데서 이번 집중호우로 80∼90마리가 폐사했다. 또 사료와 기계 등이 비에 휩쓸려 갔다. 양정마을 42농가가 사육하던 소 1546마리 중 535마리가 섬진강 범람으로 폐사했다. 주민들은 10일 양정마을과 섬진강댐에서 폐사한 소 위령제를 갖기로 했다. 양 씨는 “정부 지원이 적어 막막하지만 삶의 터전인 축산은 포기할 수 없다. 그래도 각계의 후원으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구례군은 지난달 섬진강 범람으로 1807억 원의 피해가 났다. 아직도 응급 복구율이 80%에 머물고 있다. 용방면 농협연수원 등 3곳에는 이재민 78가구 170명이 생활하고 있다. 구례지역 침수 주택 1200가구 중 일부만 도배, 장판 공사를 시작했다.
이재민들은 추석을 쇠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각계 후원이 끊이지 않아 이재민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쌍둥이 송아지나 각계의 후원 모두 이재민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라며 “주민들이 섬진강 범람 피해를 이겨내고 다시 생계 터전을 가꾸도록 돕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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