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울산 남구청장(53)이 지난달 27일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돼 구청을 떠났다.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불법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지난해 9월 1심 선고에서 법정 구속되면서도 무죄를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김 전 구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때론 “황당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조선업 경기가 최악일 때인 지난해 2월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대중공업의 빈 독(dock)을 고래 30마리가 헤엄치는 사파리로 만들자”는 글을 올렸다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선암호수공원의 물을 빼낸 후 시민들이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아보게 하는 건 어떨까”라는 글도 논란을 자초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공업탑 스카이 시민광장도 그중 하나다.
공업탑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 건립과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공업탑 주변에 로터리가 조성되면서 5개 간선도로가 모여들어 울산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곳이 됐다. 이 때문에 울산의 랜드마크인 공업탑에 시민의 접근이 차단됐다. 흔한 포토존조차 없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는 공업탑’을 만들자는 게 김 전 구청장이 제안한 스카이 시민광장이다. 현재의 공업탑을 지상에서 5m가량 들어올린 뒤 시민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시민광장으로는 5곳의 연결로를 만들어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공업탑과 광장 하부는 현재의 교통 및 신호체계를 그대로 유지해 차량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추정 사업비는 350억 원.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남구가 6월 11개 동을 순회하며 주민설명회와 주민 설문조사(1867명)를 한 결과 약 90%가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 용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남구는 이를 근거로 올 2차 추경 때 용역비를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구청장이 물러나면서 이 사업도 멈췄다.
물론 사업 추진에 걸림돌도 많다. 우선 행정적, 법적 타당성과 실효성 여부를 따지는 용역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또 공업탑 소유권은 울산시에 있는 데다 스카이광장 조성 사업비는 남구의 재정만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심 속 섬’으로 전락된 공업탑을 시민친화적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신선해 보인다. 참신한 정책으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단체장을 뽑는 게 지방자치제의 본질이 아닌가. 구청장 김진규는 물러났지만 그의 아이디어마저 사라지는 것 같아 못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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