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도 제주 정무부지사도 딱 걸린 ‘가짜농사꾼’ 뭐길래?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10일 08시 09분


원희룡 제주지사가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제주도 제공) /©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가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제주도 제공) /© 뉴스1
“농지법 위반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헌법에 명시된 원칙을 훼손하는 큰 범죄다.”

지난 8일 정의당 제주도당이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이렇게 외쳤다.

고 정무부지사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와 조천읍 와흘리를 비롯해 충북 음성군에도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부지사가 신고한 토지는 총 16필지. 이 가운데 3필지는 부모, 나머지는 자신과 배우자 명의다.

동복리 3필지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배우자 명의의 와흘리 토지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비축토지에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도당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인 고 부지사가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농지법 위반을 주장했다.

농지법 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고 부지사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계기로 소위 ‘가짜 농사꾼’이라 불리는 농지법 위반이 재조명받고 있다.

◇헌법 “농지는 농업인만 소유할 수 있다”

우선 정의당 도당이 언급한 ‘경자유전’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부 예외조항이 있기는 해도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제주도는 매년 농지 이용 실태를 조사해 취득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고 즉, 농사를 짓지않고 방치하거나 개인간 임대한 경우 등의 불법을 점검한다.

농지법 위반이 적발되면 청문절차를 거친 후 농지처분명령이 내려진다.

명령을 받은 농지 소유자는 직접 농사를 짓거나 타인에게 처분해야 한다.

이같은 절차를 무시한다면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처분할 때까지 매년 부과된다.

제주도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농지이용실태조사를 통해 총 1만823필지 1128ha에 농지처분의무를 부과했다.

지금까지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348명 403필지·16억8400만원에 달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민선6기였던 2015년부터 투기성 농지 취득을 막아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며 ‘농지 기능 강화 방침’을 발표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관광객과 인구 증가로 제주 농지 전용은 2013년 1152건·179㏊, 2014년 2514건·339㏊, 2015년 4393건·578㏊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농지 기능을 강화하면서 2016년 7306건·907㏊로 정점을 찍은 후 2017년 3383건·396㏊, 2018년 2831건·386㏊로 감소 추세다.

◇가짜 농지로 땅장사하나…고위공직자 검증 단골메뉴

헌법에 명시된 중요한 원칙임에도 농지법 위반은 비교적 흔한 위법이다.

특히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나 정치인들의 선거 과정에서 농지법 위반은 단골 메뉴다.

가장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고 부지사를 포함해 이전 제주시장이나 공기업 사장 내정자들 중에도 농지법 위반 의혹이 지적됐다.

국정농단 주역 중 한명인 최순실 조카 장시호도 제주에서 농지법 위반이 적발돼 농지처분의무가 부과된 상태다.

장시호는 부친의 증여로 서귀포시 색달동에 2724㎡ 면적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2017년 장씨를 농지 처분의무 부과 대상자로 분류했다.

장씨는 2018년 5월까지 해당 농지를 처분해야 했으나 2017년 12월 법정구속되며 처분의무가 3년간 유예된 상태다.

처분이 유예돼 장씨는 2021년 5월까지 해당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

농지법 위반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 부지사도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해당 농지를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

16억원에 거래된 구좌읍 동복리 농지는 6명이 공동명의로 돼있는데 자신의 지분보다 많은 11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단독으로 실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고 부지사는 인사청문회에서 농지법 위반은 일부 인정하고 처분 의사를 밝혔으나 부동산 투기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스스로 농지 기능을 강화한 원 지사가 농지법을 위반한 인물을, 그것도 1차산업을 담당하는 정무부지사에 임명한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사청문회에 참여했던 한 도의원은 “본보기가 돼야할 고위공직자이고 1차산업 최고 결정권자를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인물을 임명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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