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학원계…교육부 “예외 허용하면 방역 무너져”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10일 17시 21분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학원총연합회 의견 청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학원총연합회 의견 청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9.1/뉴스1 © News1
“학생 1명이 온라인수업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면서 1대1 과외를 하겠다고 학원을 끊었어요. 벌써 3명째입니다. 과외는 안전하고 학원만 위험한가요?”

서울에서 작은 영어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40대 서모씨는 10일 뉴스1과 통화에서 학원 집합금지 조치가 길어지면서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임시방편으로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면수업을 바라고 학원에 등록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고 했다.

서씨는 “마음 같아서는 학원을 접고 과외나 하고 싶다”며 “주변에서 학원 폐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일 같지 않아 착잡하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후폭풍으로 전국 모든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되면서 대형학원은 오는 20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수도권의 경우 이보다 강화된 ‘2.5단계’ 조치가 시행되면서 오는 13일까지 중소형학원도 대면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학원계에서는 감염병 확산세에 따라 학원 집합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날까지 8일째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명대를 유지하면서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역의 고삐를 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학원 방역 강화 지침에 협조적이었던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이날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했다.

연합회는 “지난 2월23일 정부의 휴원 권고에 따라 피해를 감수하고 길게는 3달 이상 휴원하면서 정부 시책에 적극 부응했다”면서도 “최근 수도권은 중소형 학원마저 강제적으로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학원 교육자들은 누적된 경영난으로 먹고살 일을 걱정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원 교육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형평성 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대출을 받아 버티라고 해서 빚을 내서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왔지만 학원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나 정책적인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연합회는 Δ학원과 유사한 수강생 9명 이하 교습소와 개인과외는 정상영업을 허용한 것 Δ음악·미술·무용 등 예능학원은 비대면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은 “처한 상황이 다른 데도 일괄적으로 모든 학원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며 “방역 수칙 준수 여부, 거리두기 가능 여부 등을 따져 대면수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곳은 집합금지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괄적인 학원 집합금지 조치가 연장된다면 영세학원은 줄도산을 맞게 될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나오는 지경이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학원 현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공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으로 등록돼 있어도 학생 수가 정말 적은 곳이 있을 수 있고 억울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감염병 상황에서 일부 시설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점차 그 요구가 확대돼 방역 조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마다 방역 지침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집합금지 연장 여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결정하기 때문에 교육부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여부를 이번 주말에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2.5단계 조치가 연장되면 중소형학원 집합금지 조치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주말 중대본 회의에서 집중 점검한 이후에 (2.5단계) 연장 여부 또는 중단 여부에 대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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