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THE 사건]미심쩍은 통화내용에…은행원 활약으로 보이스피싱 일당 덜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17시 38분


한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돈을 뜯겼던 50대 여성이 피해를 입지 않게 도와준 사실이 알려졌다. 이 직원 덕에 경찰은 조직 일당도 붙잡았다.

경북 경주시 신경주새마을금고 충효지점에 근무하는 김진모 차장(46)은 6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주변 카페를 찾았다가 의심스런 모습을 마주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A 씨(56)의 전화통화 내용이 왠지 미심쩍었던 것. A 씨는 누군가에게 “2000만 원은 없다. 이제 200만 원뿐인데 이걸로는 금리를 낮출 수 없겠느냐. 감사하다”며 쩔쩔매고 있었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내용이 수상했던 김 씨는 몸도 성치 않았지만 A 씨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후 A 씨에게 말을 걸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며 사정을 물어봤다. 당시 A 씨는 대출 금리 문제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약 1700만을 건넸으며, 오후에 더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들은 김 씨는 A 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김 씨는 곧장 A 씨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이날 오후 A 씨에게 돈을 받으려고 현장에 나타났던 일당은 잠복해있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A 씨는 “당시 대출이 급한 상태였고 제1금융권 번호로 전화가 와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며 “김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끝까지 남아서 저를 안심시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씨와 경찰 덕에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넸던 돈까지 전부 되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이전에도 고객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한 걸 몇 번 막았던 경험이 있어서 운 좋게 도와드릴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고 쑥스러워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4일 김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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