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생활천문서비스 제공한 안영숙 연구원… 올해의 ‘한국천문연구원상’ 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70대 남성이 대전 유성구 한국천문연구원(KASI)에 찾아와 “성폭행범으로 지목된 아들의 누명을 벗겨 달라”고 하소연했다. 오후 9시경 공원에서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가로등은 없었지만 달빛 때문에 얼굴을 분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고(古)천문연구그룹장이었던 안영숙 우주과학과 책임연구원(천문학 박사·사진)은 사건 당일을 음력으로 환산해 추적했다. 그 결과 사건 당일은 그믐에 가까워 새벽녘에야 달이 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70대 남성은 이를 증빙한 서류를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안 박사는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이제 이런 정보를 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찾아와 확인하고 증빙서류를 떼 가야 했다”며 “천문역법 자료는 생활과 밀접해 지금도 일반 국민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경찰청, 기상청 등 정부기관들도 일·출몰시간 등을 물어온다. 군부대는 작전을 위해 박명 시간을 확인 요청한다.

천문연구원은 10일 40여 년 동안 국민에게 생활천문 서비스를 해온 안 박사를 ‘올해의 KASI인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식을 가졌다.

그는 1977년 천문연구원에 입사해 생활역법은 물론이고 고천문학 확립에 기여했다. 천문역법 현대화는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날짜 기록을 양력으로 모두 변환한 것이 그중 하나다. 이 작업으로 고서의 ‘高麗 顯宗 十五年 甲子 十一月 乙丑朔’은 ‘1024년 12월 4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천체 위치와 시간을 측정하는 고대 천문의기 16점을 복원하고 천문 현상 기록 등을 10권의 도서로 시대별로 정리했다. 올해 출판한 ‘고려시대 천문현상 기록집’에는 고려사 등에 기록된 일식, 혜성, 행성 움직임 등이 망라돼 있다. 안 박사는 “앞으로 조선시대 천문 현상 기록집도 분석 정리해 천문기록 현대화의 한 매듭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한국천문연구원#대전#생활천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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