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링거사망’ 2심도 징역 30년…“동반자살 아닌 살인”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11일 15시 12분


부천 모텔서 과다투약해 살해한 혐의등
함께 극단 선택하려다 사망했다고 주장
1심 "극단 선택 모의 안했다" 징역 30년
2심 "살인 고의 충분히 인정" 항소 기각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남자친구만 숨진 것이 아닌 살인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항소심도 판단했다.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살아남은 자의 미스터리’ 편으로 다뤄진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1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간호조무사 박모(33)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8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피해자에게서 검출된 진통소염제 양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소량의 약물을 주사했다”면서 “박씨가 조무사로 근무하며 숙련된 상태인 점 등을 보면 진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가 피해자가 죽은 직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면 팔이나 목 등에 주저흔이 발견돼야 하는데 의무기록을 살펴도 주저흔 외상이 없다”며 “동반자살을 결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씨 진술 외에 피해자가 ‘죽고싶다’고 의사를 표시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서 “변호인이 제출한 녹취록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사실만 확인되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거나 살해 촉탁을 승낙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약물 종류, 양, 방법 등 과정이 전적으로 박씨 지시 행위에 따라 이뤄졌다”며 “조무사로서 상당기간 근무한 박씨가 사망을 예견하고 범행을 주도·시행했으므로 살인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의 생명은 존엄하고 그 자체와 목적은 한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다”면서 “살인 행위는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 중죄이고, 의미가 크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씨가 직접 약물을 주사한 방법으로 살해한 것은 피해자는 물론 가족들의 피해조차 중대하다”며 “박씨는 동반자살을 결의했으나 자신만 살아남은 것이라 주장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지난 2018년 10월20일 오후 10시30분께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이던 A씨에게 진통소염제 종류를 대량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2016년께부터 만남을 가졌고, 평소 집착 증세를 보인 박씨가 A씨의 휴대전화에서 13만원 이체 사실을 확인하자 유흥업소에 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배신감에 살해할 마음을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전날 박씨는 지인으로부터 진통소염제 앰플과 주사기를 받았고, 폐업한 자신의 직장에서 빼돌린 약 등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박씨는 A씨에게 ‘피로회복제를 맞자’며 프로포폴로 잠들게 한 뒤 진통소염제를 대량 투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사인은 진통소염제로 인한 심장마비다.

또 박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와 폐업한 이전 직장에서 진통소염제 등을 빼돌린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두 사람이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는지 여부였다.

박씨는 카드빚으로 어려워하는 A씨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하다가 A씨만 사망에 이른 것으로 자신에게 살인죄가 아닌 방조죄만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자신의 팔에도 주사를 했으나 프로포폴 부작용에 의한 경련으로 침대에서 떨어지며 주삿바늘이 빠져 사망에 이르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반면 검찰은 A씨가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원을 등록하는 등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정황이 보이지 않고, 박씨가 배신감에 계획적으로 살해한 뒤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1심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모의한 문자내역 등을 찾아볼 수 없고 당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박씨의 주장을 배척한 뒤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박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동반 자살을 시도하고 저만 살아남았다고 해서 살인자가 될 수는 없고, 하지도 않은 살인을 했다고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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