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기업 페이스북이 서비스 접속 속도를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물린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는 인터넷망 품질을 관리할 책임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아닌 이동통신사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최근 CP사의 서비스품질관리 의무를 강화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명 ‘넷플릭스법’의 시행령을 두고 정부·통신업계(ISP)와 CP사 진영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법원이 CP쪽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줘 주목된다.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는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전기통신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하는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2016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자사 서버 접속 경로를 일방적으로 바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피해를 이용자들에게 입혔다며 지난 2018년 3월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상 중이었는데 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일부러 속도를 낮췄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의도가 없었다며 2018년 5월 행정소송을 냈다. 작년 8월 이뤄진 1심은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이날 2심에서도 페이스북이 이겼다.
특히 재판부가 이번에 인터넷망 품질을 관리할 의무가 페이스북 같은 CP가 아닌 ISP의 영역이라고 판단해 주목된다.
재판부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 통제할 영역이지 CP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CP사의 서비스품질관리 의무를 강화한 일명 ‘넷플릭스법’ 시행령의 입법 예고(오는 12월 시행 예정)가 이뤄진 가운데 CP사들의 목소리를 뒷받침해 준 것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일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를 서비스 안정성 조치의무 대상 사업자로 규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의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 조치를 취하고, 트래픽이 급증할 경우 통신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업계는 개정안이 해외 기업의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기보다는 국내 기업만 추가 부담을 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가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입법 예고 당일 성명서를 내고 시행령 개정안을 법률 개정 취지에 맞도록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넷플릭스법이 해외 기업에게 대한 적용 실효성이 의문인 상황에서 국내 CP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방통위는 전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1심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지연이나 불편은 있었으나 ‘이용 제한’은 아니라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2심 재판부가 현저성에 대해 그 당시 피해를 본 이용자의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평가했다.
방통위는 향후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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