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족 모텔족 계단족…한번도 없던 ‘2.5단계 세상’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13일 11시 14분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 출입통제 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뉴스1 © News1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 출입통제 테이프가 설치되어 있다./뉴스1 © News1
“국민들 참여와 협력이 없이는 유행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가지 사항만 기억해 달라 가능한 한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고 안전한 집에서 머물러달라.” (8월28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전국으로 퍼지면서 지난달 30일부터 보름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다.

보름간 시민들의 삶은 변화 그 자체였다. 오후 9시 이후 거리는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고, 자영업자의 한숨 속 전례 없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일각에선 풍선 효과도 거셌다. 편의점, 모텔, 한강공원 등으로 2차를 가는 사람들이 늘었고 수기명부를 통한 개인정보 노출 사례도 있었다. 실내 체육시설이 막히자 인근 산과 공원을 찾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1명이다. 이중 지역 발생 확진자는 99명으로 지난달 14일(85명) 이후 꼭 30일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사랑제일교회, 8·15 광화문 집회 등의 영향으로 8월 중하순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해지자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고 서울시는 같은 기간을 ‘천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운영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바뀌었다. 오후 9시 이후 음식점에선 취식할 수 없고 천만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운행도 줄었다.

명동, 종로, 강남, 이태원, 홍대 등 주요 도심에서도 보름간 오후 9시 이후 일제히 불이 꺼져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9시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평소 잘하지 못했던 육아나 집안일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계발에 나선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젠 각종 커피숍, 음식점 등을 들어설 때 수기명부작성이나 2차원 바코드(QR코드) 등을 찍는 일이 ‘습관’이 됐다.

또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고 나부터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하는 이른바 ‘집콕’을 택한 시민들도 늘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최근의 안정세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들의 역할이 컸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풍선효과도 드러났다. 오후 9시 이후 술집, 음식점 등이 문을 닫자 편의점, 모텔 등에서 2차를 하는 이들이 늘었고 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모여 피서철을 방불케 했다.

종이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는 것을 이용해 여성에게 연락한 남성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명부에 정부를 허위를 기재하는 일도 있었다.

실내체육시설이 막히자 인근 산, 공원, 아파트 계단 등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산스족, 공스족, 계단족 등 신조어도 생겼다.

8월 하순 한때 400명을 웃돌던 확산세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상황은 엄중하다. 2단계로 내리기엔 여전히 하루 신규확진자가 100명대 수준이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례도 22~24%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중대본은 현재 2.5단계 연장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기존 2.5단계에서 방역 강도를 조금 낮춘 강화된 2단계를 시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수도권 2.5단계 연장 여부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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