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를 주문해 받아든 남성 2명이 한 테이블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본 테이블은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종이팻말이 붙어있었지만,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결국 그들은 해당 테이블에 20여 분 간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 바람에 옆 테이블과 거리가 1m도 되질 않았지만, 딱히 제지하는 직원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춰진 14일, 그간 포장·배달만 허용됐던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다시 테이블에 고객을 받았으며, PC방과 독서실, 헬스클럽 등도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를 키웠다.
●카페 55곳 중 26곳 ‘1m 거리두기’ 위반
방역당국은 카페 매장에서 취식을 허용하는 대신 테이블 간 2m(최소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낮 12시경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시내 55곳의 카페를 돌아본 결과, ‘1m 거리 두기’가 지켜진 곳은 29곳뿐이었다.
현장 곳곳에서 ‘좌석을 비워주세요’라 적힌 종이팻말을 옆으로 치우거나 무시한 채 앉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고객을 응대하느라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보였다. 중구의 한 카페에 머물던 고객은 “점심시간이라 주문 대기 간격이 좁은 건 이해하지만, 테이블 거리가 50㎝가 되질 않는 건 좀 걱정 된다”고 했다.
매장 내 마스크 착용도 아쉬웠다. 둘러본 55곳 가운데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 마스크를 다시 쓰는 방역수칙을 준수한 곳은 19곳뿐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20분 넘게 통화를 해 주위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서초구에서 카페 5곳이 모여 있는 한 골목은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 바깥에선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상당했다. 한 카페 직원은 “카페 내 손님은 수시로 마스크를 써 달라고 부탁드리는데, 야외에서 잠깐 흡연하는 손님에겐 뭐라 제지하기가 애매하다”고 했다.
●영업은 재개했지만 위험은 여전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PC방도 14일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판매 및 취식이 금지돼 업주들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을 관리하는 최현종 매니저(35)는 “청소년은 오지도 못하고 음식도 팔 수 없는데, 거리두기로 자리까지 띄워서 영업해야 한다”며 “음식 판매가 매출의 30%, 청소년 이용객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토로했다. 마포구에 있는 PC방의 최재호 매니저(36)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건 허용하면서 칸막이 안에서 혼자 식사하는 PC방은 왜 음식을 못 파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300명 미만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도 이날 일제히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32)는 “2주 만에 노량진 독서실이 오픈해 등록하러 가는 길”이라며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어서 다행이긴 한데,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잘 지켜질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헬스클럽 등 실내체육시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오후 3시경 여의도의 한 헬스클럽은 평일에도 10여 명이 나와 운동했다. 김상균 씨(32)는 “주 5일씩 하던 운동을 2주 동안 못 해 ”이 많이 무거웠다“며 ”당연히 코로나19를 조심해야 하지만, 너무 모든 일상까지 다 통제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 0